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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어제 사온 재료로 토스트를 만든다. 밥을 먹고 노트북을 켠다. 노트북이 엉망이다. 키보드에 생겼던 문제는 갑자기 사라졌는데 자꾸 오류가 뜬다. 고스트를 돌려보지만 또 다른 이상한 오류가 나타난다. 이제 슬슬 수명을 다하고 있는 건지 짜증난다. 우선 할 수 있는 만큼 정리를 해놓고 빨래를 돌린다. C 7-1

다시 지저분해진 페니어는 그냥 둔다. 비 맞은 자전거도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귀찮다. 오랜만에 깔끔히 씻어놓으면 꼭 비가 온다. 한국에 있을 때도 그랬다. 다른 남자들에 비해 차에 관심이 거의 없어서 세차도 잘 안 하는데 너무 지저분해서 오랜만에 세차를 하면 꼭 비가 오곤 했다. 옷만 대충 빨고 밀린 여행기를 정리한다.

데미르는 하루 종일 자기 방에 틀어박혀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금방 또 배가 고파진다. 없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먹을 게 있으면 먹어도 먹어도 금방 또 배가 고파진다. 이해되는 현상이다. 어제 사온 수박을 먹는다. 수박에 씨가 어찌나 많은지 우장춘 할아버지가 보면 뒷목잡고 쓰러지겠다.

해질녘이 되자 데미르가 나와 밥 먹으러 가자 한다. 돈을 챙겨 나간다. 돈이라고 해야 10리라(약 6,200원)가 전부다. 환전을 해야 하는데 오늘 일요일이라 못했다. 어제 갔던 식당에 간다. 오늘은 가지 볶음이다. 빵과 샐러드가 세팅돼 있고 먼저 스프를 준다. C 7-2스프를 다 먹으면 밥하고 반찬을 준다. C 7-3밥이 맛있는데 너무 조금 준다. 빵과 같이 먹어서 그렇다. 어제 다 얻어먹어서 오늘은 계산을 하고 싶은데 10리라밖에 없어 눈치를 본다. 데미르가 아무렇지도 않게 계산을 하는데 딱 10리라를 낸다. 재빨리 오늘은 내가 계산하겠다 하고 그의 돈을 집어넣게 한다. 간단한 백반집이라 저렴한가 보다. 한끼에 5리라면 적당하다. 이런 델 매번 어떻게 찾느냐가 문제지만…

내일 일 나가냐 물으니 내일 돼봐야 안단다. 환전을 좀 해야겠다고 하니 여기 시티은행이 있단다. 앙카라에 가기 전까지 얼마나 환환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는데 잘됐다. 내일은 나가서 돈도 뽑고 조지아에서 못 붙인 엽서도 보내고 해야겠다.

그나저나 날이 좋아지질 않는다. 여기서 물놀이 하는 건 글러 먹은 것 같다. 물놀이는 지중해에나 가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