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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어제 늦게까지 잠을 설쳤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날이 밝아서야 잠이 들었고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니 데미르를 어딜 갔는지 없다. 쌀을 꺼내 밥을 한다. 이것저것 볶는다. 김치가 없어 아쉽지만 남부럽지 않은 아침 식사. C 9-1양이 엄청났는데 그냥 적당하게 느껴진다. 체중감소에 따른 과식이 이어지고 있다.

밥을 먹고 영화 한편 본 다음 조지아편 동영상 편집을 한다. 시작하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이제 편집은 계속 같은 패턴이라 금방 해치운다. 시내와 거리가 있어 나가도 아무것도 없어 심심하다. 앙카라로 바로 출발해도 되는데 거리가 좀 있어 중간 도시에서 한번 더 머물면 좋겠는데 중간 도시의 카우치서핑 멤버 하나가 23일 이후에나 될 것 같다고 해서 그때까지 여기서 머무를까 말까 생각 중이다. 이곳에서 연락된 친구가 또 있어서 집을 옮긴 후 그때까지 기다릴까도 고려 중이다.

저녁엔 남은 밥을 볶는다. 밥만 있으면 감자나 양파는 어느 나라에나 있으니 볶음밥만큼 간단하고 맛난 것도 없다. C 9-2평소에 빵 위주에 식사를 하다 보면 항상 기름진 음식이 그리워진다. 고기를 잘 못 챙겨먹으니 그럴 거다.

물가가 비싸져서 소비에 굉장히 예민해져 있다. 세계일주는 이미 쫑 났고 유럽이라도 다 돌고 여행을 마치고 싶은데 그러려면 하루에 만원이상 쓰면 안 된다. 다시 시작한 여행에서 5개월 가량을 하루 5천원 안쪽으로 생활하고 있다. 하루 생활비가 아니라 비자니 도난 사고니 하는 모든 비용을 합친 비용이 그렇다. 그런 예상치 못한 큰 소비는 언제든지 일어나니 항상 고려하고 있어야 한다. 그 지점에서 딜레마가 생긴다. 이렇게까지 해서 여행을 해야 하나 하는 회의와 그래도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욕심. 우선은 후자에 초점을 맞춰놓고 있지만 조금만 고생스러우면 회의감이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완주’라는 대의적 목표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단순히 삶의 즐거움만을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즐겁지 않은 순간이 더 힘들어지는 거다. 이러다가 유럽물가에 지치면 어느 순간 다 때려 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순간이 오면 깨끗이 접고 남은 경비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마무리 할거다.

그래도 아직 끝을 생각하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