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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토스트로 아침을 해결한다. 그리고 데미르와 나간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간다. 여기도 교통카드를 사용한다. 시내에 가서 시티은행 ATM을 찾아갔지만 고장이다. 이 도시에 있는 유일한 시티은행 ATM이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은행에 가서 돈을 뽑는다. 은행 수수료만큼 아까운 돈이 또 있을까 싶다.

시내 중심은 여느 도시와 다름없이 번잡하고 특색도 없다. C 8-2누구든 사진을 찍을 때는 보통 독특하거나 멋있는 것만 찍기 때문에 그런 사진만으로 그곳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C 8-1어느 나라나 도심의 모습은 별다를 거 없다. 예레반이나 트빌리시가 맘에 들었던 건 도심 전체가 좀 다른 느낌이어서 그랬던 건데 사실 그런 느낌도 그때 뿐이다. 글로벌한 페스트푸드점이나 상점, 그를 따라 하는 지역 상점. 그건 어디나 비슷하다.

시내 중심에 오니 라마단과 상관없이 먹을 거 먹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젊은 세대는 잘 안 지키나 보다. 복잡한 상점에서 나와 해안가로 간다. C 8-3사람도 별로 없고 공원처럼 조성돼 있어 좋다. C 8-4여기저기 조각상이 있어 물어보니 독립운동가들이란다. C 8-8터키도 식민 생활을 했었나? 좀 찾아봐야겠다. 배를 타러 가자 길래 갔는데 지금 막 떠났다고 이따 다시 오란다. 유람선을 타러 가잔 건지 몰랐다. 한강 유람선도 안타봤는데 여기서 난데없이 유람선을 타게 생겼다. 다음 유람선 시간을 기다리며 해안가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낚시하는 아저씨도 있고 C 8-10그냥 쉬러 나온 사람들도 많다. C 8-5물이 깨끗해 좋다. C 8-9근처에 큰 시장 건물이 있어 가 보니 역시 뻔한 풍경이다. C 8-7시간이 돼서 선착장에 다시 가보니 손님이 우리밖에 없다. 라마단 때는 손님이 별로 없단다. 그래서 오늘도 여기서 끝. 대신 배 구경이나 하라고 들여보내준다. 배 구경할 게 뭐 있나? 잠시 둘러보다 나온다. C 8-11C 8-12

삼순엔 도로 가까이에 전차가 운행된다. 전차랑 전철의 중간 정도 된다. C 8-13승강장이 계단 같은 거 없이 인도에서 바로 들어가게 돼 있어서 편리하다. 그걸 타고 어딘가에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작은 언덕에 올라간다. C 8-16바다 전망이 보이는 곳이다. C 8-15그리 대단한 구경거리는 아니다. 다시 내려와 해안가를 걷는다. 주변에 아이들을 위한 공원이 있다. 동화나 만화 캐릭터들 모형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고 놀이기구도 많다. 아이들 놀기 좋겠다. C 8-18C 8-17C 8-19

데미르는 별 얘기도 없이 하루 종일 여기저길 데리고 다닌다. 앞장서서 어딘가로 데리고 간 다음 그곳에 도착하면 내 뒤에 서서 내가 움직이는 데로 따라오는 식이다.

저녁시간이 돼서 근사한 식당에 간다. 이곳엔 미리 세팅된 것이 많다. 우선 스프와 아이란을 준다. 아이란은 요거트 음료다. 동남아시아를 벗어난 뒤로는 어디서나 요거트 음식을 흔히 볼 수 있다. 요거트로 만든 음료나 좀 굳게 해서 밥하고 비벼먹는 것도 있고, 요리를 할 때 첨가하는 것도 있다. 다 비슷한데 이름은 제각각이다. 따로 그것만 먹을 일이 없기 때무에 굳이 이름을 외우진 않았다. 요거트로 만든 것 중에 뭐니뭐니해도 인도의 라씨가 최고다. 그 이름만 알면 된다.

데미르가 주문한 요리가 나온다. 큼직한 쟁반에 갖가지 음식이 쌓여있다. C 8-20요리를 덮고 있는 난을 걷어 올리자 밥 위에 갖가지 고기 요리가 있다. 모듬 케밥 같은 요리다. 열라 맛있다. 터키는 우리처럼 자포니카 계열의 쌀을 먹어서 좋다. 양이 굉장히 많은데 데미르가 일직 수저를 놔서 혼자 배터지게 먹는다. 데미르가 양이 적어 금방 끝낸 것보다. 물배가 차서 그런 것 같다. 이곳도 지중해성 기후라 그늘에선 선선하고 좋은데 햇살은 굉장히 따갑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힘들고 땀도 많이 흘렸는데 라마단 지키느라 물 한 모금 안 먹더니 식당에 와서 계속 물만 먹더라 그러니 밥이 들어가나. 덕분이라고 하면 좀 미안하지만 어쨌던 난 근 몇 달 동안 가장 배부르고 맛있는 식사를 한다.

가격이 좀 될 것 같아 나눠내자고 했는데 굳이 싫다며 카드로 계산한다. 영어가 좀 서툴러서 그런 건데 너무 단호하게 “No!” 라고 말해서 그냥 고맙다고 한다. 오늘 교통비도 죄다 데미르가 교통카드로 찍어서 결과적으로 한푼도 안 썼다. 이렇게 묵묵히 큰 대접을 해주는 친구는 또 처음이다. 돈이 굳었으니 터키에서 두 번째로 담배를 산다. 담뱃값이 너무 비싸 가지고 있던 말아 피는 담배로 버티고 있는데 그건 너무 맛이 없다. 이럴 때 한번씩 사는 거지 뭐… 집으로 돌아온다. 이리저리 알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