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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집 주인 아저씨가 없어 인사도 못하고 나온다. 빵집에 가서 빵 하나와 찍어먹는 초콜릿을 사서 아침을 먹고 어제 날 맞아줬던 친구와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오늘은 날이 화창하다. 햇볕이 약간 뜨겁지만 달리면서 맞는 바람에 큰 더위를 느끼진 않는다. 길도 좋고 맞바람만 아주 약간. 여러모로 달리기 좋은 날이다. 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종일 달려 목적지인 삼순에 도착한다. 이 도시가 트라브존보다 더 큰 것 같다. 산이 있는 안쪽으로는 깊게 도시가 형성돼있진 않지만 해안가 쪽으로 20km나 길게 뻗어있는 도시다. 카우치서핑 연락해둔 친구가 맨 끝에서 살고 있어서 긴 도시를 관통한다.

친구 데미르를 만난다. 머리의 반이 백발이어서 족히 40대는 돼 보이지만 나보다 어린 친구다.  해안가 방향에 있는 높은 건물 5층에 산다. 짐을 풀고 엘리베이터에 실으려고 했더니 엘리베이터는 작동은 안 한다고 한다. 건물이 전체적으로 마감이 덜 됐다. 공사 마무리 단계에 중단된 건물 같은 느낌이다. 10층도 넘는 건물인데 맨 위에 사는 사람은 걸어 다니기 힘들겠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널찍하니 좋다. C 6-1있을 건 다 있다. 조그만 테라스에선 바다도 볼 수 있어 좋다.

데미르는 근처 대학교에서 불어를 가르치는 시간제 강사 같다. 데미르는 터키 동부 작은 마을 출신이다. 첫인상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수줍음 많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 나름 성공해서 근처 제일 큰 도시에서 대학강사로 일하는 뭐 그런 캐릭터 같다.

일몰 시간이 돼서 근처 식당에 간다. 매일 식단이 바뀌는 백반집 같은 곳인데, 오늘의 메뉴는 밥과 닭고기 스프다. 국물 많고 묽은 닭도리탕이다. 몇 번 먹어본 터키 밥은 버터와 소금이 가미돼 그냥 먹어도 먹을만하다. 밥을 맛있게 먹고 마트에 간다. 도시 끝이라 뭐가 없다. 4km정도 걸어야 마트가 나온다. 대게 수줍음이 많은 사람은 자신에게 향하는 질문과 요구를 불편하게 여겨서 미리 알아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경향이 있다. 데미르 역시 빵, 소세지, 아이스크림, 수박 등을 잔뜩 산다. 라마단 기간이니 다 나를 위한 거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기다려달라 하고 모스크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나온다. 터키에서도 동부지역이 여전히 보수적인 지역이고 시골 마을 출신이라서 그런지 하루에 다섯 번씩 꼬박꼬박 기도를 한다고 한다. 라마단의 의미를 물으니 음식의 가치를 알고 굶주리는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무슬림 국가의 사람들이 그지꼴인 나에게 많은 친절을 베푸는 이유 중에서는 이런 종교적 제도가 있기 때문일 거다. 같은 방법은 아니라도 이런 건 좀 배울 필요가 있다. 같은 경험을 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집에 돌아온다. 모든 게 다 좋은데 이 집엔 인터넷이 안 된다. 이곳에 다른 호스트도 있으니 며칠 편하게 쉬다 이동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