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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잘 관리되고 있는 집엔 식재료도 잘 구비돼있다. 간장이 있어서 스파게티 면을 삶아 타이식 볶음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C 40-1물론 딱 그 맛은 아니다.

나갈까 싶다가 덥고 딱히 볼 것도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에어컨을 틀어놓고 뒹군다. 여긴 그냥 바닷가 낀 휴양도시일 뿐이다. 마나브가트나 안탈리아나 좋은 바다를 갖고 있는 유명한 휴양지인데 이곳에서 바다에 가지 않는 이유는 따로 봐둔 데가 있기 때문이다. 시시한 덴 가지 않겠다는 말씀.

빨래를 돌린다. 터키 오기 전까지는 세탁기가 없는 집이 많았다. 터키는 세탁기는 기본이고, 일반 가정집에는 식기세척기도 기본이다. 요즘 누가 손빨래 하냐 하는 것처럼 여기선 설거지도 당연히 기계가 하는 거다. 우리나라엔 식기세척기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곧 그리 되지 않을까 싶다. 식기세척기에 설거지할 그릇이 가득 차면 가동하기 때문에 집에 식기가 무지 많다. 그러니까 식기세척기는 두 배의 식기를 요구하는 셈이다. 어쨌든 편리하다.

저녁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한국은 새벽이니 보나마나 술을 먹고 있는 중이다. 친구들 모여 와인을 먹고 있는데 혼자 뭐하냐며 골려 먹는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지금은 여기가 아니라 거기에 있는 것이 행복할 거다. 잠시 마음이 동요한다. 하지만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현재와 순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지금은 오늘 하루의 가치가 아닌 2년의 가치를 감안해야 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예심 아줌마가 온다. 같이 나가서 밥을 먹는다. 안탈리야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콩 샐러드와 케밥만큼 흔한 고기 경단인 퀘프테를 먹는다. C 40-2밥을 먹는 후 아줌마의 친구 집에 가서 맥주를 한잔한다. C 40-3이제 만나는 사람의 연령대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그들의 대화를 다 알아들을 수 있다면 정말 다양한 입장을 알게 되고 그만큼 내가 아닌 존재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질 텐데 많이 아쉽다.

집에 돌아와 문 앞에 있는 풀에 잠시 몸을 담그다. C 40-4수영만 하자면 바다보단 풀이 더 좋다. 풀이 있는 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꿈 깨고 들어온다.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눕는다. 데쟈뷔가 일어난다. 언젠가 꿈에서 봤던 모습. 데쟈뷔는 꿈과 관련된 게 아닌데… 뭐지 이 상황은..?

친구들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난 지금 정확히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