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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어제와 비슷하게 볶음 스파게티를 해 먹고, 풀장에서 몸을 식히고, 우쿨렐레 좀 튕기고, 영화도 보면서 한가로운 하루를 보낸다.

저녁에 예심 아줌마가 와서 차려준 밥을 먹는다. C 41-1커피 한잔하고 잠시 쉬다 아줌마 친구의 결혼식에 간다. 오픈된 맥주바 같은 곳을 빌려 결혼식을 한다. 도착한 시간이 8시 반이어서 피로연만 참석하는 건가 싶었는데, 9시에 웨딩드레스 차림을 한 신랑 신부가 나타난다. 따로 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쪽에 마련돼 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다. 한 아저씨가 건반을 놓고 연주하며 노래도 부르고 간혹 사회 비스무리한 멘트도 날린다. 특별히 하는 거 없이 음악은 계속 흐르고 신랑 신부도 하객들도 그냥 무도회장에 온 것 마냥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 사이사이에 알아서 신랑 신부 곁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C 41-2

한 시간쯤 그렇게 논 후에 한쪽 구석에서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목걸이와 반지 등을 나누는데, 주위엔 가족들만 모여 사진을 찍고 있고, 하객들은 그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들끼리 노닥거린다. 일을 다 본 신랑 신부는 자리를 돌며 하객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한다.

처음에 춤추고 할 땐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가 일었는데 좀 지루하다. 그리고 이 결혼식의 가장 큰 문제는 밥을 안 준다는 것이다. 결혼식 가기 전에 밥을 차려줘서 약간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음료수 한 잔, 치즈스틱 하나, 과일 몇 조각이 전부다.

이렇게 끝인가 싶더니 신부가 전통의상을 입고 나와 다른 여자들과 강강수월래 같은 걸 잠깐하고 면사포를 뒤집어 쓰고 앉는다. 아줌마들이 신부 손에다 뭔가를 꼼지락 거린 후 신랑이 와서 면사포를 올려 키스를 한다. 그리고 또 댄스 타임이 이어진다. 건반 아저씨는 적절하게 전통음악, 팝음악을 섞어 템포를 조절하며 노래한다. 그렇게 결혼식은 끝난다.

그닥 흥미롭지 않은 결혼식이다. 전통식은 3일 동안 한다는데 여기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간소하게 치르고 마지막에 약간 전통 느낌을 내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폐백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나라의 결혼식이 우리나라보다 짧고 빠르게 진행될까 만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춤추고 노는 건 좋아 보였다. 그래도 밥을 안주는 건 아니지! 무슬림 전통이 살아있어 술은 애초에 배제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좀 실망스럽다. C 41-3

집에 돌아온다. 내일 이 동네 다른 호스트 집으로 옮긴다. 거기서 인터넷을 하며 다 다음 머물 곳을 찾은 후 바로 떠날 생각이다 멋진 해변이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