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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짐을 싸고 나온다. 리팟에게 전화를 해 불러내고 다음에 또 보자며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5km쯤 달려 도심을 벗어나자 오르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지긋지긋한 오르막. 하지만 체력도 회복됐고 경사도 그리 크지 않아 생각보단 고되지 않다. 1,600m까지 올라가야 한다. 천천히 천천히 올라간다.

중간에 샛길로 빠지는 길이 나타난다. 그냥 큰길로 돌아갈까 말까 고민하다 샛길로 빠져본다. 갑자기 급 경사 내리막이 나타난다. 아~ 이건 아닌데… 한 마을에 들어서자 오르막이 시작된다. C 57-1씨발 괜히 일로 왔다. 과욕이 부른 화다. 엄청난 경사다. C 57-2숨 넘어가면서 자전거를 끌고 간신히 제 길로 들어선다. 잘 진행되던 페이스, 리듬이 다 깨져버렸다. 처음과 같은 적당한 경사의 오르막이 이어지는데도 힘이 든다. 내일 도착을 목표로 했는데 다 쫑났다. 하루 더 달릴 생각을 하고 쉬엄쉬엄 쉬어가며 달린다. C 57-3

배가 고파졌는데 산중에 갇혀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다행히 샘물을 발견한다. 해가 지려면 한 시간이 남았는데 GPS로 체크해보니 30km는 더 가야 뭔가가 나온다. 계속 오르막이라 시간당 5~6km 밖에 못 간다. 더 갔다간 물도 못 구할 것 같아 여기서 주행을 멈추기로 한다. 마침 텐트치기 좋은 공간도 있다. 오랜만에 밝을 때 텐트를 친다. C 57-4

날이 춥다. 씻으려 물에 손을 대니 졸라 차다. 수건 산다는 걸 깜박해서 저 물에 씻고 말리는 동안 얼어 죽으리라. 간단히 세수와 먼지만 닦아낸다. 배가 고파서 두리번거리지만 먹을 만한 게 없다. 그때 마침 멜론을 가득 실은 트럭 한대가 다가오고 있어서 필사적으로 차를 세운다. 2리라(약 1,250원)주고 멜론 하나 사니 불쌍해 보였는지 찐 옥수수를 덤으로 준다. 나이스.. 이걸로 끼니는 해결됐다. 근처 나무를 긁어 모아 모닥불을 지펴 몸을 덥히면서 멜론을 까 먹는다. 오늘은 침낭을 푹 덮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