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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가 또 엉망이 됐다. 슬슬 리팟의 가게로 간다. 낮엔 손님이 없어 한가하다. 아침을 얻어먹고 산책 좀 하고 다시 가게로 간다. C 54-1

가만 보니 리팟은 문신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가게 내고 관리하는 나름 사장님이다. 그래도 친구가 문신 기술자니 청소며 잡일은 자기가 도맡아 한다. 리팟은 겨울엔 놀지만, 문신하는 친구는 겨울엔 이슬탄불에 있는 가게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취미로 하는 일도 아니고, 정밀한 작업이라 손을 놓고 쉬면 안 된단다. 친구들과 얘기하며 문신에 관심을 보이니 하나 해 주겠다고 한다. 문신 디자인이 있는 책에서 하나를 골라 얼마냐고 물으니 리팟이 대뜸

“Fuck! what are you talking about. It’s for free. our present.”

뭐 화를 낼 거까지야. 좀 있다 손님이 오기로 했으니 저녁에 해주겠다고 한다. 음… 나도 몸뚱어리에 그림을 그려 넣어보는 건가.

사실 문신 자체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피어싱과 마찬가지로 존재하는 어떤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은 크다. 특히나 인류 공통의 가치라면 모를까 다른 가치관에 의한 어떤 사회의 괜한 금기는 기회가 닿을 때 깨놓고 싶다.

한참을 기다리고 시간이 늦어 사람이 뜸해졌을 때 쯤 시술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이 여유롭게 받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생각보다 아프다. 생살을 바늘로 찔러대는데 아프지 않을 수 없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찌른데 또 찌르고 하니 미치겠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웃음을 보냈지만 아주 죽을 맛이다. 세 번 짧은 휴식시간을 갖고 두 시간 만에 내 첫 문신이 완성된다. 등을 돌려 거울에 비춰보니 음… 나쁘지 않군. C 54-2많은 사람을 만나며 접한 다양한 경험이 이 문신처럼 여기저기에 새겨지고 있겠지. 이것은 그에 대한 하나의 표식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끝까지 가져가야지.

가게 문을 닫고 어제 갔던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신다. 리팟은 내년에 오토바이를 타고 호주까지 달리는 여행을 계획 중이다. 파키스탄에서도 터키 오토바이 여행자를 만났고, 터키에서도 간혹 오토바이 여행자가 보이는 게 여기서는 그게 유행인가보다.

내일쯤 떠나려고 했는데 문신이 좀 아물어야 한다니 하루 더 있다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