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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담아놨던 빨래를 하니 리팟이 온다. 리팟은 근처 여자친구네서 잔다고 이 집을 내줬다. 리팟의 스쿠터를 타고 가게에 간다. C 52-1리팟은 친구와 타투샵을 하고 있다. 문신하는 걸 보고 싶은데 지금은 비수기라 손님이 없다. 우선 아침을 먹는다. C 52-2그리고 동네를 둘러본다.

여기는 그 동안 들른 데 중에 제일 관광지 같은 곳이다. C 52-3호텔과 레스토랑, 여행사가 쫙 늘어서 있다. 중국 식당도 많이 보인다. 중국과 프랑스 다음 가는 요리 강국의 자존심 때문인지 터키에는 중국식당을 보기 힘들다. 사실 그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터키가 세 번째라는 말도 있고, 태국이라는 말도 있고… 어쨌든 보기 힘든 중국 식당까지 있는 걸 보니 관광지 냄새가 물씬 난다. C 52-4특이한 건 그 동안 방문했던 휴양지와 달리 이곳엔 죄다 영국 사람들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표가 파운드로 표기된 가게가 많다. 나라마다 특정 휴양지를 점유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다시 가게로 돌아온다. 사실 리팟의 집에 온 건 나도 문신 하나 새겨볼까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는데 물어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발목에 발찌 하나 그려 넣는데 백 달러 정도한다니 난 엄두도 낼 수 없다. 뭐 시세를 알아야 수지타산을 맞추지. 우리나라에선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다.

가게에서 잠시 쉬다 리팟의 스쿠터를 타고 좀 멀리 돌아본다. 숲속 길을 지나 시골 마을로 간다. 어떤 유적지 같은 데에 있는 카페에 멈춘다. C 52-5다들 아는 사이들이라 기념품 가게 아줌마와 함께 맥주를 한잔하며 노닥거린다. C 52-6C 52-7주변에 있는 폐허가 된 마을 흔적은 그리스 사람들이 살던 집이라고 한다. 터키와 그리스도 유명한 앙숙이라 1차 대전 후 그리스가 독립할 때 이곳에 살던 그리스 사람들이 다 떠났단다. C 52-8폐허가 된 지역이지만 작은 기념품 가게와 늘어지기 좋은 카페에 앉아 있으니 참 평화롭고 좋다. 아마 이곳도 혼자 오면 그냥 지루한 곳일 거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맘에 드는 친구와 있으니 이 시간이 지루함이 아닌 여유로움으로 느껴지는 겔 게다.

이곳이 여름 휴양지라서 그런지 서로에게 겨울 계획이 뭐냐 묻는다. 겨울에 따로 일을 구하냐고 물으니 그냥 놀러 다닌단다. 6개월 일하고 6개월 쉬고, 돈 부족하면 빌려서 여름에 갚고… 그렇게 산단다. 리팟도 대도시에서 일반회사에 다녔었는데 일년에 휴가가 한달 뿐이라 답답해서 지금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사람마다 입장차이가 있겠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이렇게 사는 사람과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의 생활 차이는 크게 없어 보인다. 좀 더 큰집, 근사한 차, 아이를 위한 비싼 과외, 명품이라 불리는 패션용품, 좀 더 퇴폐적인 유흥… 모두가 원하지만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삶이 너무 빡빡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시 가게로 돌아온다. 여기는 놀 게 많다. 관광객을 위한 편의 시설도 잘 돼있고, 유적지도 있고, 멋진 바다도 있고, 마을을 둘러싼 산 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도 있다. C 52-9스쿠터 하나 빌려 돌아다니면 좋을 것 같다. 물가가 비싼 게 흠이지만…

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걷고 가게에 가서 닭다리를 사온다. 몸 보신을 위해 닭 한 마리 삶아 먹으려 했는데, 부위별로만 팔아서 다리를 산다. 요거라도 삶아서 국물 좀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