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짐을 싼다. 이런 휴양지에서 늘어져있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려고 하면 정말 한숨이 나온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하는데 아침 먹고 가라 해서 넙죽 자리에 앉는다. 이곳에 왔을 때 밥값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미역국과 김밥을 만든 덕분에 자연스럽게 식당의 일원이 돼서 공짜로 해결이 됐다. 사진 한방 박으려 하는데 아줌마가 바쁘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도와준 사람들과 사진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밥을 먹고 출발. 내려오면서 걱정했던 극강의 경사길을 오른다. 숨 넘어간다. 난데없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사길을 맞을 때가 가장 힘들다. 날도 더운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니 눈앞이 하얘지면서 현기증이 일어난다. 여행 중 두 번째로 담배를 끊어야 하나 고민을 한다.

두 시간 동안 6km를 달려 아니 끌고 메인 도로를 맞는다. C 49-1오르막은 계속 되지만 알맞은 경사다. 여긴 지형이 너무 험하다. 목적지까지 230km여서 이틀에 가볼까 싶었는데 6km 올라오며 포기한다. 한 동안 오르다 다시 하강. 시골길을 맞이한다. 길가에 오래된 유적 같은 게 보이는데 전혀 관리가 안돼있다. C 49-2고대 유적이 많은 나라에선 흔히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볼품없는 것까지 챙길 여력이 없는 거다. 나 또한 그런 거 둘러볼 생각은 없다. 다시 달린다.

GPS는 다시 해안 안쪽으로 들어가라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좀 돌더라도 해안가로 달리기로 한다. 지금껏 한번도 최단거리를 거부하고 돌아간 적은 없다. 그 동안 잘 못 챙겨 먹어 슬슬 체력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고, 마음이 이제 이걸 지겨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골 동네 가게 앞에서 사람들과 노닥거리며 좀 흥을 낸다. C 49-3그리고 여전히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린다. 그래도 요 정도는 버틸만하다. C 49-4

한 마을을 가로지르고 다시 오르막이 나타나서 멈춘다. 해가 짧아졌다. C 49-5서남쪽으로 많이 이동했는데도 처음 터키에 들어왔을 때보다 40분 일찍 해가 진다. 주유소에 텐트를 친다. 그러고 보니 텐트도 오랜만에 치는구나. 주유소 친구들과 말도 안 되는 축구얘길 나누는데도 혼자 좋은 방갈로에 있는 것보다 낫다. 쓸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