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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몸이 좋지 않다. 조금 달리고 멋진 해변이 보이는 곳에 멈춰 남은 빵으로 배를 채운다.C 50-1 주변 경치는 좋지만 길은 너무 힘들다. 길이 그렇게 힘든 건지, 몸 상태가 엉망인 건지 오늘따라 유독 페달 밟는 게 맘같이 안 된다. 확실히 몸이 좋지 않은 게 느껴진다. 오줌도 샛노란 색이고 땀도 평소보다 많이 흐른다. 아낀다고 끼니를 많이 거르고, 대충 빵으로 해결해서 그것에 위는 적응해 허기는 잘 느끼지 않게 됐지만 기본적인 칼로리 공급이 안되니 몸은 버거워하는 거다. 뭐라도 먹어야겠는데 식당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전에 만났던 독일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에게 해안길을 따라 간다 했을 때 힘들다고 내륙이 나을 거라 했었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정말 드럽게 짜증나는 길이 이어진다. C 50-2그냥 짜증스럽다는 감정이 아니라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거기에 맞바람이 더해져 미칠 노릇이다. 5시정도 돼서야 작은 식당이 나온다. C 50-3여기서 돈 생각하면 쓰러지는 거다. 말이 안 통해 주방에 들어가 고기를 가리키고 달라한다. 양고기 볶음과 빵, 샐러드에 아이란 한 잔 추가. 밥을 먹고 싶었는데 밥은 없단다. 여튼 고 작은 상차림이 13리라(약 8,100원). C 50-4비싸다 비싸. 도심에서 만난 친구들과 먹을 때 계산하는 거 보면 그렇게 비싼 거 같지 않던데 잘못 본건지, 도심과 시골의 가격이 다른 건지 밥값을 종잡을 수 없다.

밥을 잘 먹고 다시 달린다. 다시 내리막이 시작되고 ‘카슈’라는 도시를 지난다. C 50-5이곳도 유명한 휴양지다. 이곳에 머물 곳도 잡았었는데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건너뛴다.

곧 해가진다. C 50-655km를 달렸다. 하루 종일 달려 60km를 못 넘긴 건 2년 동안 손에 꼽는다. 그만큼 오늘의 주행이 최고 난이도 였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멈추면 내일도 도착하지 못한다. 더 달린다. 구불구불 해변 도로엔 가로등이 없다. 추석이 보름 정도 지난 시점이니 딱 그믐이다. 별만 보이는 험하디 험한 길을 죽자 사자 달린다.

15km를 달리니 도시의 불빛의 보인다. 더는 못 달리겠다. 80km 남았는데 이 정도면 내일 도착할 수 있겠지. 주유소에서 멈춘다. 텐트를 치고 씻으려 하니 수건이 없어졌다. 아~ 이건 언제 떨어진 거야. 면티는 깊숙한 곳에 있고, 가까이에 있는 면제품은 빤쓰뿐. 빤쓰로 몸을 닦는 건 또 처음이다.

정말 힘든 하루였다. 이 컨디션이 내일까지 이어질지 회복이 좀 될지…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