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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밤새 추워서 서너 번 잠에서 깼다.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어제 남긴 옥수수를 먹고 꾸여꾸역 오르막을 오른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큰 길이 작은 길로 바뀌면서 경사도 커진다. 고도 1,400m를 찍고 500m 다운. 한동안 작은 마을이 이어진다. C 58-1그리고 다시 쭉쭉 올라 1,550m에 이른다. 이제 오르막이 끝난 것 같다. 저 앞에 평평해 보이는 지형이 보인다. C 58-2

구불거리는 내리막을 달려 드디어 평평한 길을 맞는다. 해가 지려면 세 시간이 남았고 남은 거리는 80km. 애매하다. 일반적인 평지길이라면 달려 볼만한데 하필 또 강력한 맞바람이 분다. 한시도 편하게 놔두질 않는구나. 우선 힘 닫는 데까지 페달을 밟는다. 해가 지고 어두워질 무렵 남은 거리 45km. 모르겠다. 가자. 텐트에서 자기 싫다.

한 시간쯤 달리고 배가 너무 고픈데 어딘가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둘러보니 맞은 편 도로에서 코코렉을 파는 트럭이 있다. 신기하게도 코코렉은 다 저런 식으로 판다. 코코렉을 먹으며 앞에 앉은 아저씨와 좀 노닥거렸더니 아저씨가 내 꺼까지 계산을 해준다. 고마운 아저씨는 가고 주인아저씨와 단 둘이 있으니 아저씨가 심심한지 계속 차를 리필해주며 말을 건다. 차 네 잔을 마시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난다. C 58-3

당연히 계속 평지길이라 생각했는데 크나큰 고개가 나타난다. 아주 죽갔구만. 밤길 오르막은 정말 힘들다. 경찰이 잡아 세워 위험하다고 막는다. “어쩌라고요. 여기 길에서 자요?”, “모텔에서 가”, “ 돈 없어요.”, “음… 형광벨트 없어?”, “ 네.” 경찰은 한참 고민을 하다 도로로 들어오지 말고 갓길로 잘 가라하고 간다. 다시 깜깜한 오르막을 오르고 내리막을 탄다. 맘이 급해서 속도를 낸다. 시력이 좋고 밤눈이 밝은 편이지만 이거 상당히 위험한 짓이다. 시속 50km를 넘지 않는 선에서 속도를 유지한다. 그렇게 데니즐리까지 계속 내리막이 이어진다. 그나마 다행.

11시가 다 돼서야 카우치서핑 친구 아뎀의 집에 도착한다. 아뎀은 근처에 있는 파묵칼레 대학교 학생이다. 순진하니 좋은 친구 같다. 배고프다 하니 졸리지 않으면 잠시 기다리라 하고 한참을 돌아다녀 먹을 걸 사다 준다. C 58-4난 참 인복이 많구나. 편하게 잠자리에 누우니 늦게라도 오길 얼마나 잘 했는지… 또 좀 쉬다 움직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