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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늦잠을 잤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있으니 아뎀이 토스트를 만들어준다. 평소보다 많이 만들어서 아침을 먹고 남은 건 가다 먹으라고 싸준다.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다음 머물 곳까지는 270km. 삼일 생각하고 있다.

GPS가 알려주는 데로 생각 없이 가고 있으니 이상한 소로길로 들어서 오르막 내리막이 많이 힘들다. 지겨운 산길. 큰 길로 나가기 위해 방향을 튼다. 큰길에 들어서기 전에 소로길 옆에 있는 과일을 좀 따 가려고 두리번거리다 처음 보는 과일을 발견한다. C 62-2하나 따서 먹어본다. 전체적인 모양이나 식감은 사과 같은데 맛은 복숭아다. 난 사과는 좋아하지 않고 복숭아는 좋아하는데 결과적으로 이 과일은 별로다. 그렇다면 내가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 식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뭐라도 챙겨야 하니 과일을 따려는데 근처에 철이 끝난 줄 알았던 포도가 있다. 터키 청포도는 맛있다. 포도를 딴다. C 62-1

대로에 들어선다. 10km 정도 적당한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니 드디어 평지길이 나타난다. 이 얼마만의 평지길인가. 그 동안 씨발씨발을 입에 달고 달렸었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너무 짜증이 나서 때려 치고 싶은 때도 많았다. 한동안은 매너리즘에 빠져 모든 게 지겨워지기도 했다. 외로움도 한몫 했겠지만 오랜만에 바람을 등지고 평지길을 달리니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곧 해가 저물지만 이 리듬을 깨고 싶지 않아 계속 달린다. C 62-3달빛도 환하다. 보통 어두워지면 멈추는데 해가 너무 일찍 져서 바로 텐트를 치면 할 게 없다. 날씨도 적당히 쌀쌀해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아서 대충 먼지 털어내고 물티슈로 세수를 해도 그리 불쾌한 잠자리가 될 것 같지 않아 조바심도 없다. 샤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텐트 칠 곳은 주변에 널려있다. 먹을 것도 충분히 있겠다 아무런 부담이 없다. 그렇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100km를 찍는다. 아침에 출발했으면 이틀 주파도 가능했겠다. 그래도 앞으로 두어 번의 산길이 있다. 무리하지 말자.

한 주유소에 멈춘다. 텐트를 치고 대접해주는 차와 빵을 먹는다. 순조로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