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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시골 사람은 역시 빨리 일어난다. 눈을 비비며 침낭 속에서 나오니 아침상이 차려져 있다. 간단한 아침상이지만 오랜만에 낯선 곳에서 이런 대접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아저씨는 계속 방긋 웃으며 비워진 차를 채워준다. 아침을 다 먹자 잘 가라 하고 집에 간다.

여전히 날은 흐릿하나 저 멀리 파란 하늘이 보인다. C 64-1적어도 비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어제 꺾어져야 했던 길로 다시 돌아가 예정대로 달린다. 좀 험한 작은 동네길을 지나자 고원지대 특유의 황량한 벌판길이 나온다. C 64-3바람이 굉장히 강하게 불지만 전체적으로 순방향이다. 바람이 도와주면 오늘 내에 도착할 수 있겠다. 쉼 없이 계속 달리는 중에 한 과일가게 아줌마가 부른다. C 64-2쉴 때도 됐고 해서 멈춘다. 사과와 차를 준다. 잘 먹고 감사의 뜻으로 기념품을 주니 멜론 하나를 또 준다. 큼직한 멜론. 갖고 다니기 불편하지만 받는다.

다시 쉼 없이 벌판길을 쌩쌩 달린다. 작은 마을을 지나는데 한 친구가 세우더니 밥 먹었냐 묻는다. 배고픈 시늉을 했더니 따라오라며 한 식당에 가서 엑멕을 시키고 그냥 슝 가버린다. C 64-4이런 경험이 몇 번 있다.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솔직히 이해는 잘 못하겠다. 호기심에 노닥거리려는 의향도 아니고 그냥 밥만 사주고 가버리는 건 배려심이 어느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일일까? 나 같은 속물에게는 그저 놀라운 경험이다.

맛있는 엑멕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달린다. 해가 저물 때쯤 목적지인 ‘퀴타히야’에 도착한다. 일찍 일어난 덕에 밤길을 달리지 않고도 140km를 넘겼다. 만세! 근데 하필 친구네 집이 산동네 정상이어서 막판에 땀을 쏟아낸다.

곧 퇴근한 아흐멧과 만난다. 활달한 성격의 친구다. 얼마 전 직장 때문에 이 도시로 이사를 와 집은 썰렁하다. 우선 맛난 밥을 차려준다. C 64-5밥을 먹고 비 때문에 지저분해진 옷을 세탁기에 넣는다. 그 동안 자취생이나 혼자 사는 친구네에서 지내서 세탁기가 없어 너무 반갑게 쑤셔 넣었는데 깜박하고 세 가치밖에 안 핀 담배도 넣어버렸다. 드럼 세탁기는 중간에 뺄 수도 없다. 사람들은 이럴 때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다.

아흐멧의 부모님이 모레 오신다 하여 나도 그때 나가야 한다. 이곳에 연락된 다른 호스트도 있지만 여긴 어차피 잠시 쉬기 위해 멈춘 곳이다. 내일 푹 쉬고 바로 출발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