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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아그네가 일하러 가면서 시장 구경을 시켜주겠다 길래 같이 나간다. 어제 만났던 친구들과 철도길을 건너 시장에 간다. C 3-1이들 말로는 유럽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긴 크다. 그러나 그 정도 타이틀이라면 유명세가 있을 법도 한데 한번도 그런 얘기를 못 들어봤다. 론리플레닛에서는 아예 이 도시 소개가 없다. 그 말인즉 시장의 규모와 상관없이 볼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무슬림 국가의 유명 바자는 오래된 건축물이라도 있지 여기는 양철 가판대만 복잡하게 늘어져있고 생활용품들 위주라서 재미가 하나도 없다. 그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카지노도 있다. C 3-2대충 훑어보고 친구들은 일하러 가고 난 동네를 둘러본다.

여전히 인적이 드물다. C 3-3그리고 멋대가리 없는 아파트들만 늘어서있다. C 3-5여기서는 아파트라는 말보다 그냥 블록이라 한다. 그 느낌이나 보이는 모습이 사회주의 시절 다량 건설된 하층민의 주거지다. 페인트 칠도 엉성하고 허름해 보인다. C 3-4확실히 우리나라 아파트의 모습과는 그 느낌이 다르다. 이런 블록 하나에서도 실패한 사회주의 혁명의 단상을 읽어낼 수 있겠지만, 한편 다르게 본다면 모두에게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제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는 거다. 사회주의에 대해선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국가보안법이 있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나. 단지 한번의 광풍을 끝으로 던져버리긴 너무 아까운 이론이라는 생각이다.

예상대로 동네엔 별 볼게 없다. 두 시간 만에 끝에서 끝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작은 곳이다. C 3-6그래서인지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 택시는 2레바(약 1,550원) 고정으로 이 도시 내 어디든 간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선 작은 정원이 있는 주택가도 있지만 딱 보기에도 블록이 무지하게 많은데 도대체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C 3-7아마 빈 집도 꽤 많을 거라 생각된다. 어쨌든 여긴 불가리아의 관광포인트가 아니니 이쯤에서 접고 집에 들어온다.

초인종이 울리기에 아그네가 왔나 싶어 문을 열었더니 한 아줌마가 서 있다. 난데없는 아시아인에 당황한 아줌마는 뭔가 애기하려 하다가 리플렛 하나를 건네고 간다. 보아하니 선교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여기도 이런 게 있구나. C 3-8

아그네가 오고 또 펍에 간다. C 3-9며칠째 맥주를 먹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로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통풍의 쥐약인 맥주를 계속 먹는 게 살짝 맘에 걸린다. 그래도 먹을 땐 또 먹어줘야지. 안주를 시키려는데 각자 하나씩 시키고는 각자 자기 거만 먹는다. 이런 거 정말 적응 안 된다. 한국의 문화를 얘기하고 나눠먹자 하고는 접시를 가운데로 민다. 내 제안에 다들 쉽게 그게 좋겠다고 하는 거 보면 마냥 그런 성향도 아닌듯한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술을 다 마시고 나온 영수증을 또 계산기 두드리며 계산하고 앉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난 500cc 세 잔에 후렌치 후라이 하나 해서 6.2레바(약 4,200원). 점 단위가 있어 좀 복잡하다. 어쨌든 즐거운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내일 발칸의 파리로 불린다는 프롭디프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