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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출발 준비를 한다. 아그네가 무슨 견과류와 코코넛 가루, 사과, 우유를 섞은 다이어트 식 같은 아침을 만들어 준다. 인사를 하고 자전거에 오른다.

날이 찌뿌둥하니 바람도 심하다. 이스탄불에서 여기까지 계속 맞바람을 맞으며 왔다. 맞바람만큼 짜증나는 게 없는데 오늘은 유독 바람이 강하다. 네 시간을 그런 바람 속에서 달렸더니 고작 40km 왔다. 오늘 목적지까지 거리가 77km라 여유롭게 생각했는데 짜증이 장난 아니다. 한 마을에 멈춰 목을 축인다. 정말 유령의 도시 같은 썰렁한 마을이다. C 4-1슬슬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비치면서 바람이 잦아든다. 이제야 페달이 좀 밟힌다. C 4-2목적지인 프롭디프에 도착한다. C 4-3

불가리아 제 2의 도시라더니 과연 사람이 좀 보인다. 연락해둔 친구 아센네 집에 도착한다. 아센은 일하러 나가고 동생이 맞아준다. 아센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피부가 좀 검구나 싶었는데 흑인이었다. 계통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아센의 동생 우무의 친구들이 와서 정원에 앉아 맥주를 마신다. C 4-4딱 보기에도 고등학생 밖에 안돼 보이는 것들이 대낮에 태평하게 맥주를 마신다. 아이들의 치기인지 그냥 관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건지 모르겠다.

잠시 후 아센 또래로 보이는 친구들이 와서 좀 노닥거리다 저녁 준비한다고 나가더니 빵과 야채, 돼지고기를 사온다. 돼지고기 참 오랜만에 본다. 다진 돼지고기를 동그랑땡처럼 만들어 놓은 거다. 작은 화로에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는다. C 4-6아~ 이 천상의 향기. 그 사이에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열댓 명이 자리한다. 가만 보면 서로들 잘 모르는 사이도 있는 것 같은데 무슨 모임인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고기 좀 먹겠구나 싶었는데 이거 간에 기별도 안 가게 생겼다. 한 친구가 팩에 든 와인을 사 온다. 밑동을 뜯으면 수도꼭지마냥 분출구가 있다. C 4-5저렴해 보이는 와인이지만 맛은 좋다. 고기가 다 구워지고 빵과 샐러드가 나온다. 하나씩 먹으면 땡 이겠구나 싶었는데 애들이 별로 손을 안 덴다. 이거 하나 더 먹어도 되는 건가 눈치를 보고 있는데 고기를 먹고 자리를 뜨는 애가 식재료를 사온 친구에게 돈을 건넨다. 웁스… 따로 계산을 하는 건가…? 여튼 고기가 생각보다 인기가 없어서 배도 고프고 해서 그냥 내키는 데로 집어먹는다.

여전히 아센은 오지 않고 많은 친구들이 떠드는 가운데 배가 찬 나는 무슨 얘길 하는 지도 모르는 무리에서 벗어나 방으로 들어온다. 난방이 전혀 안 되는 듯 방이 썰렁하다. 힘든 주행을 했더니 피곤하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