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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아센과 인사를 하고 다음 호스트 집으로 간다. 동네 자체가 작아서 다 근방에 있다. 새로운 호스트는 바르바라와 안또니오. 스페인 안달루시아 출신 커플이다. 에라스무스 교환 학생 프로그램으로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다. 역시 반갑게 맞아준다. 집 청소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잠시 기다린 후 식사를 하러 중심가로 간다. 나름 근사해 보이는 식당에 자리한다. 마침 식당에 언젠가 한번 봤다던 스페인어를 하는 아저씨가 안또니오에게 아는 척을 하며 이런 저런 음식을 주문해준다. 맥주를 곁들이며 나오는 요리를 먹는다. C 6-1근사해 보이는 식당이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불가리아 식당 메뉴판에는 요리의 가격과 더불어 양도 표기돼 있다. 이곳 사람들이 원래 대식가들인지 요리가 기본적으로 400~500g 정도 된다. 한 두 개만 시켜도 충분히 나눠먹을 수 있는 양이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여행 얘기를 한다. 특히 바르바라가 관심이 많아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 끝나고 스페인으로 돌아갈 때 기차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자전거로 시도해보자고 안또니오를 꼬시지만 안또니오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는 반응이다. 2시간 가까이 노닥거리며 식사를 하고, 올드시티 구경을 한다.

어제 아센과 왔을 때는 날이 안 좋아서 대충 둘러봤는데 오늘은 좀 꼼꼼히 둘러 보지만 그닥 흥미로운 구석은 없다. C 6-2C 6-12C 6-3C 6-4C 6-8C 6-10C 6-9C 6-11올드시티 언덕 정상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내려 온다. C 6-5C 6-7C 6-6내려오면서 카페에 들려 커피를 한잔하고 펍에 간다. 이들의 친구이자 내가 연락했었던 카우치서핑 멤버 중 하나인 밝고 외향적인 그리스 친구 바실리가 합류한다. 꽤 오랫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며 웃고 떠든다. C 6-13

말레이시아에서 스페인 자전거 여행자 커플 이후 두 번째 스페인 친구들인데 이 두 커플이 스페인이란 나라를 너무 매력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단지 두 커플 뿐이지만 스페인과 내가 굉장히 잘 맞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오늘 여기저기 많이 다니며 계산을 할 때보면 얘네는 더치페이를 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손님 격인 내가 수지타산상 이득이지만,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정서의 문제다. 돈이든 뭐든 너와 내가 계산할 필요가 없는 관계라는 어떤 공감대. 그렇지 않은 문화의 우정이 그런 문화의 우정보다 못하다 할 순 없지만 아무래도 내게 익숙한 정서가 더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치페이 얘기는 단순한 예시일 뿐 그 밖에 많은 부분에서 호감을 주는 친구들이다. 올 6월에 집으로 돌아가니 그때 스페인에 오면 꼭 찾아오라고 하는 말이 정말 진심으로 들려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느라 나도 돈을 많이 썼다. 치열하게 아끼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소비량과 상관없이 이렇게 즐거운 걸 보면 역시 행복이란 물질 너머에 있는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