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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짐을 챙긴다. 바르바라는 학교에 간듯하고, 안또니오에게만 인사를 하고 다음 호스트 집으로 간다. 작은 도시라 멀리 갈 것도 없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을 하나 건너면 된다. 서울 사람에게 강의 기준이 한강이기에 다른 나라의 웬만한 강은 개천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C 8-1

이번 호스트는 웜샤워 멤버인데 정작 본인은 여기 살지 않는다. 지금 이스라엘에서 일하고 있어서 자기집이 비었다며 누나에게 연락해 열쇠를 받으면 된다 했다. 이런 호의가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이렇게 쉽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집열쇠를 건넨다는 게 여전히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페이초 누나를 만나 집을 소개받고 열쇠를 받는다. 이틀 동안 빈집에서 자유롭게 지내게 됐다. 혼자 있으니 편하게 장을 봐와서 닭을 삶아 먹는다. C 8-2혼자 있으면 이런 건 좋은데 너무 심심하다. 그래서 바르바라 집에 놀러 간다.

오늘도 농담따먹기 좋아하는 바실리가 와 있다. 한동안 떠들다가 챔피언스리그 축구경기를 본다. 축구 중계를 보다가 퍼뜩 깨달은 게, 우리나라 중계를 보면 선수가 교체되거나 파울을 했을 때 또는 골을 넣었을 때 그 선수의 이름과 함께 국적과 나이가 자막으로 깔린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에선 이름만 나오고 말았던 것 같다. 그건 그만큼 우리나라에선 국적과 나이가 이름 만큼이나 중요한 정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나이야 말할 것도 없고, 국적도 우리에겐 참 중요하다. 국적이라기 보다 혈통을 중시하는 순혈주의일 것이다. 얼마 전 세계은행 총재가 한국계로 지명됐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그 사람은 미국인인데 우리가 무슨 덕을 본다고… 혹시나 우리나라에 어떤 이익을 챙겨준다면 그 사람이 삐뚤어진 혈통주의를 갖고 있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는 중국의 혈통주의를 비판하지만 우리나라가 작고 힘이 없어 표가 안 나는 거지 중국보다 못하지도 않을 거다. 타지에서 한국사람, 고향사람 만나면 반가운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게 자칫 인종차별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실제로 우리나란 인종차별이 심하기도 하고…

어쨌든 축구를 보고 집을 나선다. 호스트집을 옮기고 전 호스트와 다시 만나 어울리는 건 처음이지 싶다. 내일 보자고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게 마치 한국에서 친구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들어 신기했다. 스페인에 가면 꼭 다시 이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