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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일로나의 전화에 잠에서 깬다. 자기 집에 놀러 가자고 데리러 온다 했는데 아빠의 차를 타고 같이 왔다. 헐레벌떡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인사를 하고 어제 있었던 얘기를 나눈다. 아버지는 영어를 모르셔서 우리끼리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일로나 아버지에게 나의 첫인상은 꽤나 예의 바른 청년 쯤 되는 것 같다. 여기선 첫인사를 보통 악수로 하는데 흔히 우리가 하는 것처럼 연장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해서 그렇단다.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예절만 따라도 다른 많은 나라에선 굉장히 공손한 사람이 된다.

우선 가구점에 가서 작은 테이블을 하나 사고 집에 도착한다. 일로나가 쓰기 위한 건데 조립식 테이블이다. 내가 또 이런 거 잘 만든다. 어른들은 이런 거 잘하면 똘똘하다 생각한다. 아버님과 함께 테이블을 완성하고 간단한 아침상을 받는다. C 2-1자전거 도난 사고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예의도 바르고 테이블도 잘 조립해서 나름 점수를 딴 거 같다. 자전거 도난의 긍정적인 효과. 유무상생.

이틀 연속 잠이 부족해서 낮잠을 좀 자고 일어나서 점심을 먹는다. 잠C 2-2시 후 이웃집 아줌마가 와서 드디어 모두들 함께 자리한다. 이런 저런 질문이 쏟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우선 말이 안 통하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생소해서 서로 아는 한국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정도로 자리가 끝난다. 일로나의 방에서 밍기적거리다가 C 2-4남동생이 와서 인사를 하고 저녁을 먹는다. 남동생이 내성적인 성격이라 별 대화 없이 식사가 끝난다.

해가 질 무렵 밖에 나오지만 여전히 30도는 될 것 같은 날씨다. 버스를 타고 중심가로 가서 거리를 좀 둘러본다. C 2-5여전히 멋진 건물들이 많고, 그 사이에 나토에 의해 폭격 당한 건물도 여럿 보인다. C 2-6코소보 사태에 대한 보복으로 나토가 공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C 2-7 일본처럼 전쟁의 참상으로 남겨둔 건지, 아직 손을 못 본건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좀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흘러서 유명하다는 아이리쉬 펍에 들어가 땀을 식히고 목을 축인다. C 2-8베오그라드 최초의 아이리쉬 펍이라 해서 기네스를 맛보려 했는데 다른 맥주에 비해 두 세배나 비싸서 그냥 저렴한 걸로 마신다. 우리나라보단 싸지만 뽑아놓은 돈이 없어 다음 기회에 먹어봐야겠다.

자전거 문제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지 잠을 잘 못 잤다고 해서 근처 공원에서 잠시 쉰 후 오늘은 일직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간다. C 2-9

집에 오니 젤코가 반기며 말을 시작한다. 정말 쉬지 않고 말한다. 30분 정도 들어주다 샤워를 해야겠다며 말을 끊고 욕실로 들어간다. 덥다 더워. 위도는 높은데 뭐 이리 더운지. 발칸은 여름에 오면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