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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일로나네 집에 놀러 간다. 베오그라드 버스도 카드 시스템이다. 키오스크(가로매점)에서 쉽게 충전을 할 수 있다. 버스를 탈 때는 앞문만이 아니라 아무 문으로나 승차할 수 있고 문마다 카드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근데 가만 보면 카드 찍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냥 무임승차를 한다는 얘기. 일로나에게 물어보니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해서 짧은 거리를 갈 때는 자기도 찍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눈치 보며 무임승차를 한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일로나 집에 도착한다. 점심식사로 특별히 바베큐를 준비했다. 집에서 하면 번거로워서 그냥 가게에서 사왔다는데 맛이 좋다. 불가리아에서도 세르비아 바베큐 간판을 건 식당을 꽤 봤다. 이 지역에선 나름 유명한 방식인가보다. 닭고기는 살을 발라 넓게 펴서 통째로 굽고, 돼지고기는 다져서 떡갈비형태로 굽는데 숯 향이 깊게 베어 맛있다.

밥을 먹고 또 저녁까지 늘어져있다가 일로나 친구네 집에 놀러 간다. 브라질 여자랑 결혼할 친군데 오늘 집에서 조촐한 파티를 한다고 한다. 평범한 아파튼데 거실 인테리어를 잘 해놔서 좋은 카페 분위기가 난다. C 3-1하나 둘씩 모이는 친구들도 서로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 그냥 집 주인의 친구들이 모여 알아서 끼리끼리 어울린다. 딱 전형적인 스텐딩 파티. C 3-2신부 될 사람이 브라질사람이라서 그녀의 또 다른 브라질 친구도 다섯이나 왔는데 모두 세르비아 남자랑 결혼한 여자들이다. 브라질 여행을 갔다 만나서 결혼하고 세르비아에 사는 브라질 여자가 꽤 있다고 한다. 발칸 지역이 민족주의 성향이 굉장히 강하긴 하지만 오랜 세월 섞여 살다 보니 타 문화에 대한 이질감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친구들이 오며 알아서 술이나 먹거리를 사온다. 우리도 맥주를 사왔지만 테이블에 라키야가 있어서 난 그걸 공략한다. 친구와 친구의 친구를 통해 얻은 홈메이드 라키야다. C 3-3여섯 종류의 라키야의 맛이 다 제 각각이라 맛을 본 후 맛있는 순서대로 줄지어 세워놓으니 주인장이 다른 것도 많다며 잔뜩 늘어놓는다. 오~ 젠장.. 하나 둘씩 해치워주려 했는데 이건 너무 많다. C 3-4사과, 플럼(자두로 번역되는데 자두하고는 조금 다르다), 복숭아, 포도 등으로 만든 다양한 라키야 중 플럼와 복숭아로 만든 게 맛있다. 그렇게 한잔씩 먹으니 알딸딸 해져서 실수를 할 것 같아 그쯤에서 멈춘다. 일로나도 약간 취기가 돌기 시작해서 한 무리가 빠져나갈 때 같이 나온다. C 3-5집에 도착해 바로 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