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19. 아그라 도착 (9월30일 am8:00 ~ 10월1일 am1:00)
2010. 11. 11. 00:34 |85km 남았다. 오늘 안에 아그라에 도착한다. 로띠와 커리 먹는 게 지겨워 양파랑 고추, 계란 넣고 볶음밥을 해 달랬더니 당연하게도 기대이상의 가격을 부른다. 그래도 시켜먹는다. 인도 음식 지겹다.
밥을 먹고 출발. 여전히 덥다. 이제 우기는 완전히 끝났나 보다. 해가 지기 전에 아그라에 도착한다. 멀리 타즈마할이 보인다. 우선 인터넷 카페에 가서 연락 온 카우치서핑이 있나 확인한다. 아그라에선 총 세 명이 긍정의 답변이 왔었는데 한 친구는 끝내 전화번호와 주소를 안 남겼고, 한 친구는 두 명만 된다고 해서 마지막 친구 집을 찾는다.
카우치서핑 프로필을 보면 그 동안 그 친구를 만났던 사람들의 코멘트를 볼 수 있다. 긍정, 부정, 보통을 선택하고 글을 쓰는데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티인 만큼 부정적인 글은 치명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 긍정적인 글을 쓴다. 근데 지금 찾고 있는 친구의 프로필에 달린 코멘트에는 긍정으로 선택된 글이 없다. 거의 모든 글이 이래 이래해서 좋았는데… 하며 속에 있는 좋지 않았던 내용의 글들이다. 대부분 무슨 물건 사기를 반 강요했다는 식이다. 그래서 많이 망설였는데 지금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집 근처에 가서 전화를 하니 흔쾌히 우릴 맞아준다. 물건 강매를 한다고 해서 형편이 어려운 집인가 싶었는데 3층짜리 좋은 집이다. 나와 동갑인 비크람과 그의 아버지, 아들, 딸 모두 영어를 잘하는 잘 사는 집이다. 첫 인상은 좋다. 아저씨는 유머러스하고 자기집처럼 편하게 지내라며 우리의 편의를 봐준다. 우리에게 옥탑 방을 내줬는데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먼지가 많고 낮의 열기를 그대로 담고 있어 덥다. 대신 옥탑이 넓어 쉬기 좋다. 이 정도면 좋은 방이다.
동네를 잠깐 둘러보고 돌아오니 술 한 잔 하자며 술상을 준비한다. 친구 둘이 모여 우리 포함 일곱이서 술을 마시며 노닥거린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면 좋은 친구 만났다며 즐거워 할만큼 잘 챙겨주는데 계속 그 부정적인 코멘트들이 맘에 걸려 마음을 확 열기가 힘들다. 경계를 하며 믿음을 줄 것인가, 믿음을 주고 경계를 할 것인가. 난 후자 쪽이 선택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만큼은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정보란 무서운 것이다.
술 한 잔하고 밥을 먹는다. 인도는 술을 먹고 밥을 먹는 문화라 한다. 밥을 맛있게 먹고 자러 올라온다. 편한 휴식처를 얻으니 그 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 하다. 몇 시쯤 한낮의 열기가 옥탑 방을 달굴지 모르겠지만 내일은 푹 자야겠다. 그리고 지금까진 나무랄 때 없는 이 훌륭한 만남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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