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즈마할 구경을 간다. 나는 일전에 이미 구경을 했지만 몇 번이고 봐도 좋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느꼈었다. 타즈마할 근처에 있는 짝뚱 한국식당에 간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되는 인도 가이드북에도 소개가 돼 있는지 한국 관광객이 보인다. Joney’s 어쩌구였는데 결론적으로 어제 갔던 옆집만 못하다. 김치볶음밥을 먹었는데 내가 지금껏 먹었던 제일 맛없는 김치볶음밥에 반도 못 미치는 맛이었다. 예의상이라는 이름 하에 거짓된 정보들이 남발하고 있다.
750루피(약 15,000원)을 주고 타즈마할에 들어선다.
비디오는 25루피를 따로 내야 촬영이 가능하고 그것도 현관 격인 정문까지만이다. 몰래 몰래 찍느라 혼났다.
어쨌든 타즈마할은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예술품이다.
세상엔 많은 훌륭한 유적이 있고,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유적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알면 더 훌륭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유적의 역사적 의의를 알 수는 없다. 나는 지금 볼 수 있는 현재 모습의 미학적인 측면만으로 유적을 바라본다. 몇 몇만 봤을 뿐이지만 난 타즈마할을 감히 세계최고라 말하고 싶다. 바로 눈 앞에 버젓이 있는데도 마치 3D 홀로그램을 보는 듯한 착각의 비현실성을 준다. 완벽한 선대칭, 점대칭 비례, 하얀 대리석에 다양한 색깔의 대리석이 촘촘히 상감처리 돼 있는걸 보면 욕이 다 나올 지경이다.
그리고 그 완벽한 보존성. 지상 최대의 보석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훌륭한 걸작품이다. 샤자한과 뭄타즈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하나도 모르고 보더라도 그 존재 자체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한쪽 구석에 앉아 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전혀 질릴 것 같지가 않다.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어느덧 이미지가 현실을 앞서고 있다. 너무 많은 이미지가 남발하고, 포장돼 현실의 모습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타즈마할은 그 명성만큼 남발된 이미지가 오히려 실제모습을 실추시키는 보기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직접 와서 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타즈마할을 나와 아그라포트로 간다. 누구나 타즈마할을 먼저보고 아그라포트를 찾는다. 타즈마할 입장권이 있으면 아그라포트 입장료가 할인된다. 그런 이유로 아그라포트는 평범한 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뜨거운 날씨의 피로도 한몫한다. 아그라포트의 명성 역시 역사적 측면과 관련해 성곽 멀리 보이는 타즈마할의 모습에 기댄다.
피곤하고 지쳐 한쪽 계단에 앉아 ‘무굴제국의 왕은 여기서 살았단 말이지… 이런데 살면 좋겠다…’라는 공상을 하다 나온다.
집에 오니 하루의 피로가 몰려온다. 언제나 자전거 타는 것보다 유적관광이 더 힘들다. 비크람 아버지의 친구가 와 있고 다른 식구들은 없다. 밥을 먹으러 나가려 하는데, 우리를 잡고 식사와 술 한잔 하자고 한다. 마지못해 승낙을 하니 밥은 자기가 준비할 테니 술값을 내라 한다. 사람당 100루피(약 2,500원). 우리에겐 전혀라고 할 순 없지만 사실 큰 돈은 아니다. 얼마든지 낼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짜증난다. 그래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우린 약속이 있어 나가겠다고 하니, 이랬다 저랬다 한다며 불쾌하다는 듯이 내일 떠나달라 한다. 내일 하루 더 쉬다 가려 했지만 델리까지 200km 정도고, 이곳에서 볼 일도 끝났으니 아쉬울 건 없다. 단지 악의를 품고 있으면서도 기분 좋게 웃는 낯으로 떠날 수 있는 처세를 발휘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만약 이게 인도라면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난 지금 인도에 있으니 정도껏 받아주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문젠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좋고 싫음의 문제다. 싫은 걸 할 순 없다. 내가 여길 떠나면 그만이다.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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