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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일어나니 딱딱한 식빵 같은 음식을 갖다 준다. 차는 언제나 준비돼 있다. 먹고 있으니 누룽지 같은 쌀죽과 꽃빵 그리고 짠지 비슷한 반찬을 준다. C 14-1 빈관에서도 그렇고 이게 중국인의 간소한 아침인 듯 하다.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사진 한 방 더. 몽골에서 내려오면 메일을 달라는 말과 함께 바이.C 14-2

역시 시작부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것이 바로 ‘산 넘어 산'이다. 그리고 강력한 북풍. 옷을 껴입으면 덥고, 옷을 벗으면 춥다. 정말 지랄 같은 상황이다. 마치 오르막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듯 하다. C 14-3그 덕분인지 이제 적어도 오르막이 두렵진 않다. 국내 여행 때는 앞에 높이 솟은 오르막만 봐도 공포스러웠는데, 이제는 짜증만 날 뿐 두렵진 않다. 어쩌면 체념에 가까운 느낌일지도 모른다.

마을이 나와 탕수육과 밥을 먹는다. ‘탕츄리지에’란 요리는 우리나라의 탕수육과 거의 똑같다. C 14-4돼지고기가 아니라는 것만 빼고, 어쨌든 맛 난다. 다시 오르막 인터벌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업 앤 다운 업 앤 다운.

내몽골에 들어서니 목가적인 풍경이 계속 펼쳐진다. C 14-5몽골은 더 멋질 거란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나 우리에겐 멋진 풍경도 현지민에게는 척박한 환경일 뿐이다. 세상은 너무 상대적이다.

너무 일찍 텐트로 들어와 할 일이 없다. 그 동안 여유가 없어서 음악을 못 들었다. Nat King Cole을 듣는다. 초원 위 어둠의 텐트 속에서 노래하는 콜 할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욱 감미롭다. 쉬하러 밖에 나가니 밤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은하수가 펼쳐져 있는 밤하늘은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한다.

그래 힘들어도 이 맛에 가는 거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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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려 했으나 날씨가 너무 춥다. 처음으로 침낭을 꼭 잠그고 잤는데도 여러 차례 깼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일어나 어제 사온 양고기를 구워먹는다. C 13-1 C 13-2바람이 너무 심해 엉망진창이지만 꾸역꾸역 먹는다. 출발.

40km 정도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과 엄청난 맞바람으로 세 시간 동안 20km를 달리는데 그친다. 고도 1336m. 내몽골을 표시하는 아치가 보이고 어설픈 휴게소 비슷한 게 있지만 먹을 건 컵라면뿐. C 13-3이런 식으로라면 언제 다음 도시에 도착할지 알 수가 없어 컵라면과 삶은 계란으로 요기한다. C 13-4고도도 높고 바람도 심해 많이 춥다. 몽골은 아직도 멀었는데 긴 바지와 긴 윗도리를 꺼내 입는다.

다시 달리려 하는데 차 한대가 옆에 붙는다. “Can I help you?” 우리에게 도움은 빠르게 앞으로 나가게 해 주는 것 뿐,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간다. C 13-5많이 좀 달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2km 정도 가더니 옆길로 샌다. 자신의 공장이라며 들어오라 한다. 차와 포도를 내 주고 사람들이 몰려와서 이것 저것 묻는다. 여러 사람이 전자 사전과 영어책을 들고 와서 상황에 맞는 문장이 나올 때 마다 우리에게 묻고 웃기를 반복한다. 짧은 영어들이지만 떠듬떠듬 말이 통한다는 사실만으로 반갑다. C 13-6성룡을 닮은 아저씨는 알고 보니 나와 동갑. 시간도 다음 도시까지 달리기 힘들 것 같아서 하룻밤 자고 가도 되나 물었더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데려온 듯 하다. 착한 사람들인 듯 하다.

여행 중에 이유 없는 친절을 주의하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런 시골마을, 외국인을 거의 보기 힘든 곳에선 해당사항이 아닌 듯 싶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식당에 데리고 가서 양고기 만찬을 대접해준다. 맥주와 다양한 안주를 먹고 마시며 배터지게 먹는다. C 13-7중국에 와서 제일 잘 먹는 식사다. 돌아와 다시 영어 회화북을 꺼내 들고 이것 저것 묻고 답한다. 역시 어설픈 영어끼리는 잘 통한다. 회화북에서 더 이상 써 먹을게 없는지 잘 준비를 한다.

화장실이 따로 없어 밖에 나가 쉬를 한다. 하늘에 수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땅에선 엄청난 바람이 분다. 너무 춥다. 이런 날씨에 몽골로 가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심히 걱정스럽다. 들어와 보니 우리에게 간이 침대를 내주고 쇼파에서 자는 사람들. 미안하고 고맙다. 2주가 채 안됐는데 여행 중 기대한 일들이 생각보다 자주 벌어진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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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관에서 제공하는 맛대가리 없는 아침을 먹고 들어와 짐을 챙긴다. 이제 자전거가 말썽을 부리지 말아야 할 텐데… 체크 아웃 시간까지 푹 쉰 후 나와서 출발.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잘 닦인 시골 소로가 나온다. 차도 많지 않고 먼지도 없어서 달리기 딱 좋다.

잠시 후 마을. C 12-1이 다음 번 마을이 거리가 좀 돼서 저녁과 아침을 해결할 음식을 산다.  C 12-2 바나나, 사과, 호떡, 그리고 양고기. 일찌감치 텐트치고 낭만 좀 즐겨볼 요량으로 양고기를 샀지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불더니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진다. 우선 옥수수 밭 옆 미루나무 숲 사이에 텐트를 치고 쏙 들어가 쉰다. 아무래도 고기 구어 먹기는 힘들 듯 싶다. 꾀죄죄한 텐트 생활을 캠핑의 즐거움으로 바꾸려 했건만 하늘이 도와주질 않는다.

무심한 구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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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 빈관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는다. 이제 공짜를 놓치면 안 된다. 돌아와 뭐라 해야 하나 ‘빈관 지킴이’ 정도되는 친구의 랩탑을 빌려 인터넷으로 효일이의 친구와 연락을 시도한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효일이 친구의 이중통역으로 그 지킴이가 우리를 자전거 수리점으로 안내해 준다.

허름한 길가의 수리공이 힘들다고 생각했던 효일이의 바퀴를 펴준다. C 11-1물론 완벽히 깔끔하진 않다. 하지만 그런 허름한 장인들이 항상 그렇듯, 어설퍼 보이는 듯 하지만 어떻게든 목적한 바를 이루어 낸다. 나의 자전거 상태는 해결할 수 없다 해서 다시 이동. 지킴이를 따라 간 곳은 어떤 공업사. 지들끼리 뭐라 얘기를 하더니 기름 낀 손으로 열심히 자전거를 만지기 시작한다. 내 자전거의 문제는 자전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거치대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전거 구조에 따른 정식의 수리가 아니라 상태의 맞는 임기응변으로 고칠 수 밖에 없다. C 11-2그렇게 열심히 고쳐준 후 돈도 받지 않는다. 지킴이의 친구였던 것. 고마울 따름이다. 둘 셋이 들러붙어 상태를 봐 준 것이나, 당직 후 쉬지 않고 두어 시간 동안 우리를 안내해 준 지킴이 모두.

수년 전 사기 극성한 인도 여행 중 만났던 한 여행자는 중국의 그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했는데, 우린 아직 그런걸 거의 경험치 못했다. 이것이 바로 소도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자전거 여행의 장점인 듯하다.

밥을 먹는다. 샹차이를 빼달라는 소리만 잊지 않으면 모두 먹을 만 하고 맛도 좋다. 면을 뽑는 어린 친구의 손놀림이 놀랍다. 저게 바로 생활의 달인.C 11-3

돌아와 효일이는 밀린 여행기를 정리하고 난 낮잠. 일어나 양고기.닭똥집 꼬치에 맥주 한잔. C 11-4C 11-5자금의 여유는 없지만 텐트 생활 중엔 힘들기에 편한 쉴 곳이 있을 때 누릴 건 누려야 한다. 매일 주행을 하고 텐트 생활하면서 아끼는 것도 좋지만, 사람을 만나 장난치며 노닥거리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역시 몸 편히 쉴 때이다. 우리에겐 큰 지출이지만 자전거를 타기 위한 여행이 아니기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괜찮은 숙소에 묶을 생각이다.

그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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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로 새벽에 비가 조금 내렸다. 성급히 판쵸우의로 자전거를 덮었다. 덮자마자 비가 그쳐 잠만 깬 셈이 됐다. 비가 오는 건 짜증나지만 조금 더 내려서 먼지 좀 재워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C 10-1자고 일어나 언제나처럼 출발 준비를 하고 가려는 순간 앞 페니어가 덜렁거린다. 거치대 한 쪽이 빠져버렸다. 드디어 자전거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려나 보다. 임시 방편으로 거치대를 조이고 출발. 시작부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한다. 거의 일정한 간격으로 1km 오르막 1km 내리막을 10번 정도 반복한 후에야 마을로 들어가는 평지길이 나온다. 그래도 아직 기운이 있는 오전이라서 망정이지 오후였으면 죽어날 뻔 했다.

여전히 길은 먼지 투성이다. 그래도 난 한 쪽 콧구멍 막고 코 풀기에 능숙해 라이딩 중에 먼지로 가득한 콧속을 비우지만 효일이는 쉴 때마다 코 푸는데 정신이 없다. 저녁 먹긴 이른 시각. 20km 지점에 도시가 있어 한 타임 더 달리기로 한다. 효일이와 나는 백수 근성이 있어 끼니를 정확히 챙기지 않아도 상관없고 하루 두 끼 정도로도 잘 지내는 편이다. 십 년이 넘도록 그렇게 살아왔으니 하루 세끼의 규칙은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다. 단 그 백수 생활은 많은 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밥 한끼 더 먹는 시간을 잠으로 충당하니 달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저마다의 습관일 뿐.

마지막 타임. 도시로 향해 달리던 중 뒷 페니어 거치대의 나사가 부러졌다. C 10-2국내 여행 중에도 두 번이나 부러졌는데 내가 손 쓸 수 있는 고장이 아니다. 구멍에 나사가 박혀 우리의 장비로는 해결이 안 된다. 절망스러운 순간.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다행히 도시 외곽까지 들어와서 천천히 주행 후 입성. 하지만 날이 어두워졌다. 중대한 문제이기에 내일이라도 해결을 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빈관(중국의 모텔급 숙소)을 잡기 위해 효일이가 돌아다니다 더 큰 문제 발생. 무슨 공사를 하는지 온 도시 길을 죄다 뒤집어 까놔서 덜컹거리며 달리다 효일이 자전거의 앞 바퀴가 휘어 버렸다. 내 문제는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나 깔끔히 해결하고 가는 것이 좋았는데 효일이의 휜 바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숙소를 잡느라 우리의 나흘 치 생활비가 날라갔다. 어쨌든 내일이라도 해결이 돼야 할 텐데, 너무 빨리 골치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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