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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Zhangye, China (2015. 7.4 ~ 7.7)

2015. 9. 19. 19:07 | Posted by inu1ina2

베이징, 후오하오터를 거쳐 장예(张掖)로 달리는 기차는 고비사막 바로 아래 지역을 지난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황량하기 이를 때 없다. 고비사막을 자전거로 달린 경험이 있어서 이런 풍경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게 된다.
“어휴..~ 저길 어떻게 달려.”
그러나 에어컨 잘 나오는 쾌적한 기차 안에선 그저 풍경을 즐기면 그만이다. 황량하거나, 험하거나… 바라만 보는 입장이라면 그 정도가 심할수록 눈이 즐겁다.

장예는 중국 북서부 간쑤성에 있는 작은 도시다. 좀 더 서쪽으로 가면 오아시스 도시로 유명한 둔황, 더 서쪽으로 가면 신장의 성도 우루무치가 있다. 모두 옛 실크로드 위에 세워진 도시들이다. 이 지역만 묶어서 하나의 여행코스로 만들어도 될법하지만, 대부분 황량한 지역이라서 도시와 도시 간의 거리가 쉽게 오갈 정도는 아니다. 쭉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냐만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딱 장예만 보고 갈 예정이다.

장예역에 도착해서 바로 청두행 기차표를 끊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간다. 일로나를 한쪽에 앉혀놓고 숙소 구하기 투어 시작. 베이징을 벗어나면 좀 나아지려나 싶었지만, 이 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도시도 숙박비가 만만치 않다. 한 시간을 넘게 뒤졌는데 제일 저렴한 빈관이 100위안(약 18,000원)이다. 예상치 못한 비싼 물가는 언제나 내게 인내를 요구한다. 6년 전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은 물가가 올랐다. 물가 인상만큼 노동자의 임금도 오르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빈관에 짐을 풀고 중국 여행의 최고 즐거움인 저렴하고 맛 좋은 꼬치와 맥주를 즐기기 위해 나온다. 하지만 꼬치와 맥주라고 그 물가에 편승하지 않았을 리 없다. 꼬치는 세 배, 맥주는 두 배 가격이 올랐다. 더 화가 나는 건 맥주의 맛이 형편없어졌다는 것이다. 어떤 맥주든 기본은 보여주던 중국 맥주가 거의 우리나라 맥주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본주의가 적용되면 왜 물가가 오를수록 품질은 떨어지는 걸까? 분개할 일이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낮에 버스를 타고 단샤 국립공원으로 간다. 해 질 녘에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지만 그 시간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없다. 그러려면 차나 택시를 대절해야 하는데 둘에겐 너무 비싸고, 쉐어할 외국인도 전혀 눈에 띄질 않는다. 뭐 얼마나 다르겠어… 하는 마음으로 그냥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간다.

애초에 이번 여행계획을 짤 때 중국, 몽골, 러시아로 올라갔다가 동쪽으로 이동해 블라디보스톡에서 동해로 페리를 타고 오는 경로를 생각했다. 몽골에 다시 한 번 가고 싶었고, 마침 여름 여행이니 딱이다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멋지더라도 비슷한 풍경이 내내 이어질 게 뻔한 경로를 장기 여행이 처음인 일로나에게 권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경로가 그냥 두 달 중국여행. 시계 반대 방향으로 중국을 크게 돌고, 홍콩에서 귀국하는 경로. 이 계획도 중국 대사관에서 일로나(모든 외국인)에게는 한 달 이상의 비자를 안 준다는 얘기를 듣고 현재의 계획 즉 ‘중국 한 달 후 동남아로 내려가 한 달 더’로 바뀌었다. 장예는 그렇게 여러 차례 변경된 경로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도시다. 그 단 하나의 이유가 바로 단샤국립공원(Zhangye Danxia National Geological Park)이다. 장예 주변엔 단샤국립공원뿐만 아니라 석굴이니 사원이니 하는 구경거리들이 있는데, 우리의 관심은 단샤뿐이다. 난 솔직히 유명하다는 구경거리에 그리 큰 흥미가 없다. 그저 어디 가서 한가롭게 동네 돌아다니고, 가능하다면 동네 사람 만나서 같이 한잔하고, 그게 좋아서 여행을 한다. 예외는 단 하나. 세상에 하나뿐인 그 무엇.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그것. 바로 그 이유로 이 먼 곳까지 왔다.

버스를 타고 공원 입구에서 내린다. 햇볕이 엄청 따갑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인데,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입장권을 사고 들어가면 공원을 도는 셔틀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워낙 넓은 공원이다 보니 셔틀버스가 경치가 잘 보이는 지점에 데려다준다. 첫 지점에 내려 전망대로 올라간다. 높진 않은데 너무 더워서 금방 지친다. 일로나는 컨디션이 안 좋은지 처음부터 지쳐 보인다.

첫 지점에서 바라본 경치는 당연히 사진처럼 오색찬란하진 않다. 사진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순진하진 않다. 그래도 속았다는 기분은 들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신기하다. 다만 공원 정체가 아니라 일부분(그것도 넓지만)만 색을 머금은 모습인 게 조금 아쉽다. 이 지역 전체가 이런 모습이라면 정말 장관일 텐데… 첫 번째 지점에서 다음 지점으로 갈수록 색이 더욱 선명한 지층이 보인다. 당연히 그런 순서로 셔틀버스를 운영하게 만들었겠지만, 마지막 지점에선 작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지다. 이런 건 말로 설명해야 다 필요 없다. 그냥 봐야 한다.

아래 사진은 약간 노출만 보정한 사진들이다. 구글에 ‘Danxia’만 입력해도 검색되는 이곳의 풍경 사진들은 색을 너무 건드렸다. 때에 따라 색이 변할 수는 있겠지만, 선명한 빨간색이나 초록색, 파란색까지 보이는 사진들은 심히 과한 포샵질이라 할 수 있겠다. 딱 아래 사진 정도의 색감은 기대하고 방문할만하다.

만족스러운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 청두행 기차를 타고 이곳을 떠난다. 베이징에서 여기까지 24시간, 다시 29시간을 타고 청두까지. 단 하나의 구경거리 때문에 많은 시간과 엄청난 교통비를 투자했다. 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다른 어디도 아닌 이곳에서밖에 볼 수 없는 유일한 구경거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