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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6. Shaxi, Chinai (2015. 7.17 ~ 7.20)

2016. 8. 12. 02:47 | Posted by inu1ina2

샹그릴라에서 5시간 버스를 타고 지엔추안(Jianchuan)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에서 바로 미니 봉고를 타고 1시간 더. 목적지인 샤시에 도착한다. 샤시는 리장과 따리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로 옛 차마고도를 지나던 마방들이 잠시 쉬어가던 곳이란다. 그 전에 들어본 적도 없고, 정보도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가이드북에 소개된 지 얼마 안 된 마을 같다. 그 이유로 이번 중국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허나 버스정류장에서 예약한 숙소 방향으로 몇백 미터를 걷는 동안 난 이곳에 반해버린다. 그전에 반했던 6년 전 리장의 모습을 수십 년 뒤로 돌리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윈난의 유명한 도시들은 대게 고성이라 불리는 옛 마을과 새로 개발돼 도시화된 마을로 나누어져 있다. 당연히 여행자들은 모두 고성을 둘러보기 위해 그곳을 찾는다. 샤시는 동네 자체가 그냥 고성이다. 아직 도시화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규모는 작지만, 여행객에게는 그게 더 매력으로 다가온다.

맘에 드는 숙소에 짐을 푼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숙소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가이드북에서 이곳을 소개했으니 곧 유명세가 시작될 테고, 그럼 이곳도 빠르게 변하겠지. 나는 가고 싶고, 다른 사람은 찾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못된 심보지만, 소박한 여행지가 분주한 관광지로 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곳이 변하기 전에 찾아 머무를 수 있어 다행이다. 비 때문에 돌아다닐 순 없어도 이런 곳이라면 차분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피자 때문에 어제 내내 삐쳐있던 일로나는 언제나 그렇듯 하루가 지나고 기분이 좀 풀어졌다. 먹고 싶은 피자 하나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없는 형편이 어떻게 보면 참담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열악한 여행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걸까? 이 주 이상의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이런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라 하는 것도 무리일지 모른다. 그것도 전혀 다른 문화의 음식이니… 하긴 나도 처음 인도여행 했을 때 음식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었다.

잠자리, 음식, 쇼핑 등 가난한 여행자는 매번 그런 욕구를 참아야 하고, 그렇게 욕구가 쌓이면, 뭔가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를 때가 있다. 그럴 땐 다른 방법이 없다. 좋은 잠자리를 찾든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든가, 사고 싶은 무언 갈 사던가. 그 잠깐의 충족이 그동안의 불만을 해소해주진 못하지만, 그 터져 나온 욕구를 잠시 땜질하는 정도로 막아내고 또 나아가게 하는 힘을 줄 순 있다.

어쨌든 그리하여 일로나는 아침으로 햄버거를 먹으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다. 아~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햄버거, 피자 따위 마음 놓고 먹게 하지 못한 상황을 만들다니… 가슴이 아프다. 그 싸고 맛있는 수많은 종류의 국수보다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이유 때문에 서양 음식을 찾는 걸 못마땅해 하다니. 한국 음식을 너무 잘 먹어서 얘가 서양 음식을 그리워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할 때가 있다. 가끔이라도 제게 익숙한 음식을 먹고 싶었던 것뿐인데… 어리석었다.

아침을 먹고, 동네를 돌아본다. 비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 특히나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비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비를 피하려는 노력이 이 시간을 갈아먹는 느낌이 들어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고, 우산도 치워버리고 논두렁을 걷는다. 뭔가를 포기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논두렁을 걷다 보니 옛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 걸었던 이런 논두렁, 이런 논두렁에서 개구리를 잡고, 미꾸라지를 잡으며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기억. 그런 아련한 추억 때문에 이 먼 시골 동네까지 찾아와 즐거워하는 거겠지.


숙소로 돌아와 직원들과 함께하는 식사를 신청해 같이 저녁을 먹는다. 요리사를 포함한 직원들이 먹는 식사이다 보니 가격도 저렴하고 집밥처럼 맛있다. 청두에서 먹었던 추안추안을 제외하곤 가장 훌륭하다. 집밥 분위기의 식사여서 밥도 먹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일로나 또한 맛있다고 연발이다. 그래, 가장 저렴한 음식인 볶음밥, 볶음면, 국수의 반복에 입맛을 잃었던 게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는 계속 직원들과 식사를 해야겠다.

숙소의 세탁기를 무료로 쓸 수 있어 그동안 밀린 빨래를 잔뜩 돌렸는데, 내내 비가 오는 통에 빨래가 마를 생각을 안는다. 어떤 건 탈수기에서 바로 꺼냈을 때보다 더 습기를 머금은 것 같다. 부슬비가 끊임없이 내린다. 숙소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는 참 좋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비가 내려서 좀 짜증이 난다. 차마고도의 마방들이 건너다녔다는,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오래된 돌다리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와 다음 여행 정보를 찾는다.

정보를 찾으면 찾을수록 빨리 중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기본적으로 중국 여행은 무엇을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좀 따분해진다. 하는 것이라야 트랙킹 정돈데, 나나 일로나나 트랙킹을 싫어할뿐더러, 트랙킹 코스 길목을 막아놓고 비싼 입장료를 요구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아니 무슨 산이나 들판을 좀 걷겠다는데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그것도 하루 숙박비를 훌쩍 넘어가는 금액이라니… 그것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작은 동네에도 기본적으로 있는 절이나 사원도 대부분 입장료를 요구한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어 기념화된 것을 빼고, 현재 현지인이 이용하고 있는 절이나, 성당, 사원, 모스크 같은 종교 시설은 입장료가 없는 게 보통이다. (인도에선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긴 인도니까…) 제 믿음을 돈벌이로 이용하면 민망하지 않나? 장차 이 나라가 좌지우지하게 될 세상의 미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이곳에 온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한시도 비가 멈추지 않았다. 동네가 작아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대충은 다 둘러본 것 같다. 체크아웃하고 올 때의 역순으로 미니 봉고를 타고 지엔추안 버스 터미널로, 그곳에서 따리행 버스에 오른다. 따리도 리장만큼이나 변해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