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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7. Dali, China (2015. 7.20 ~ 7.22)

2016. 8. 12. 02:49 | Posted by inu1ina2

버스 창밖으로 얼하이후가 보이기 시작한다. 얼추 따리에 다 왔다. 버스에서 내려 고성 위쪽에 있는 숙소로 간다.

중국에서는 CTRIP이란 중국 사이트를 통해 숙소를 구하고 있다. 중국 기차 예매 때문에 알게 된 사이튼데, 중국 사이트라 그런지 다른 유명한 사이트에 없는 저렴한 숙소들이 간혹 눈에 띈다. 이제 현지에 도착해서 발품 팔며 숙소를 구하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게 더 저렴하다. 혹시나 온라인에 없는 더 저렴한 숙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그런 숙소를 발견하려면 족히 수 시간은 돌아봐야 하고, 있다는 보장도 없다. 나는 처음엔 무조건 카우치서핑을 먼저 살피는데, 중국은 카우치서핑이 활성화된 나라가 아니라서 호스트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유행하는 에어비앤비에도 대부분 기존 숙박업에 있는 사람들이라 다른 가격 비교 사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말이 나온 김에 에어비앤비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카우치서핑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에어비앤비가 현지인을 만날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건 맞다. 혹은 카우치서핑처럼 외국 친구를 만나고 싶어 에어비앤비를 하는 호스트도 있다. 서로의 이해타산이 잘 맞는데, 바로 그게 문제다. 내겐 에어비앤비가 카우치서핑 문화를 돈으로 환산하는 듯 느껴진다. 일례로 카우치서핑엔 앰버서더라고 지역마다 그 곳의 카우치서핑 관리자 같은 친구가 있다. 아무런 권리도 이익도 없고, 그냥 카우치서핑 모임 만들고, 이 문화를 더 활성화하려 노력하는 친구들이다. (나도 정확히 잘 모른다.) 카우치서핑을 무척 좋아해서 스스로 그런 자리를 선택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거절 없이 처음 보는 친구도 진심으로 환영해준다. 리장에 엠버서더 친구가 있길래 연락을 취하고, 리장에선 숙소 걱정할 필요 없겠구나 싶었었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았고, 리장에서 떠날 때까지 카우치서핑 사이트에 로그인도 하지 않았다. (상대방 프로필에서 최근 로그인 기록을 볼 수 있다.) 난 며칠 후 그 친구를 에어비앤비에서 발견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열심히 자기 집 숙소를 홍보하고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겸사겸사 돈도 벌 수 있으면 더 좋겠지. 돈 앞에서 누가 고개를 돌릴 수 있을까마는, 난 그 상황이 좀 씁쓸했다.

그래서 어쨌든 난 CTRIP을 통해서 따리에 숙소를 구했다. 숙소에 도착해 주인아줌마에게 예약번호를 알려준다. 아줌마는 어리둥절. 이게 샹그릴라에서도 그러더니만 이곳 주인도 온라인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 결제한 숙박비를 현금으로 받길 원하는 주인. 대게 이런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적은 사람은 영어로 소통하기도 쉽지 않은 사람이다. 손짓 발짓 설명을 해보지만 그게 어디 될 일인가? 그나마 자기가 이해 못 하는 뭔가가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는지 우선 방을 내준다. 난 짐을 풀고, 인터넷에 접속해 CTRIP 문의를 넣는다.

잠시 숨을 돌리고 따리 구경을 시작한다. 따리 구경 이어봤자 이곳이 처음도 아니고 해서 그냥 대충 둘러보는 식이다. 이곳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내국인 관광객들이 온통 거리를 메우고 있다. 내국인이 주요 고객이다 보니 상인들도 영어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나마 영어 메뉴를 구비하고 있는 카페, 펍, 기념품 가게가 늘어선, ‘외국인 거리’라고 명명된 곳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신다. (다른 곳엔 커피가 없다.) 

외국인 거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수많은 중국 관광객이 아마 현재 이곳의 유일한 금발 외국인일지 모르는 일로나를 향해 셔터를 눌러댄다. 그들에게 외국인 거리는 외국인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쯤으로 인식되는 걸까? 

십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중국의 예스러움을 찾은 배낭여행자의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이곳을 누비던 많은 배낭여행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 이유로 이곳을 떠났고, 이제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내국인들이 이곳을 꽈~악! 채우고 있다. 그래도 리장은 관광특구가 있어 복잡해도 둘러볼 만은 한데, 원래부터 현지인과 여행객의 조화로움이 좋았던 따리는 그 장점이 모두 사라진 듯하다. 이곳에 왜 데리고 왔냐는 일로나의 질문에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가이드북을 뒤져 유명하다는 파고다에 간다. 담 너머로 우뚝 솟아있는 파고다. 

뭐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데, 입장료가 자그마치 121위안(약 22,000원). 진짜 욕 나온다. 담 넘어 구경으로 만족하고, 얼하이 호수로 간다. 호수가 크기가 무려 얼마 얼마… 졸라 크다는데 그게 뭐 대순가? 내 눈엔 그냥 평범한 호수일 뿐이다. 

호숫가를 잠깐 거닐고, 숙소로 향한다.

돌아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과일과 맥주를 산다. 어제부터 대롱대롱 걸려있는 로스트 덕이 먹음직스러워 가격을 물으니 18위안(약 3,500원)이란다. 

근데 이게 한 마리 가격인지, 한 근, 혹은 1kg 가격인지 알 길이 없다. 중국은 대부분 무게당 가격을 말해주기 때문에 가격만 듣고 덜컥 샀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웬만한 고기반찬 하나도 20~30위안이 훌쩍 넘어가는데 오리 한 마리가 18위안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온갖 모션을 동원해 한 마리 가격이 확실하다는 확신을 한 후에야 로스터 덕을 한 마리 산다. 리장에서도 20위안이라고 써 붙은 거 보고 활짝 웃었다가 말도 안 된다고 지나쳤는데 원래 이 정도 가격인가 보다. 진작 알았으면 매일 덕맥을 즐길 수 있었는데…

숙소로 돌아와 로스트 덕과 과일을 펼쳐놓고 맥주를 마신다. 오랫동안 매달려있었는지 신선함이 떨어지고, 좀 말라빠진 오리지만 맛이 나쁘진 않다. 특히 기름기가 쫙 빠진 껍데기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6년 전 중국여행을 하며 내 이곳에 다시 온다면 그건 바로 맥주와 꼬치 때문이리라 선언을 했었다. 이제 맥주도, 꼬치도, 이곳의 분위기도 내겐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과연 무엇이 다시 중국을 찾게 할까? 아마 그때에도 따리는 그 여행계획에 포함되지 않을 것 같다.

새벽공기를 마시며 숙소를 나선다. 한산한 새벽녘 따리에서 예전 그 따리의 모습이 잠깐 스쳐 지나간다.

“그래 따리야. 네가 무슨 잘못이겠냐? 변덕스러운 이 여행자의 마음이 문제지. 허나 어째? 그런 변덕 때문에 여행을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