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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 Kunming, China (2015. 7.22 ~ 7.23)

2016. 8. 12. 02:49 | Posted by inu1ina2

쿤밍행 기차에 오른다. 이번엔 7시간. 가뿐한 마음으로 직각 의자 앉는다. 자는 둥 마는 둥, 가끔 일어나 허리를 편다. 옆에 있는 꼬마는 이미 초탈한 표정으로 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벌써 이런 것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중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 기다림에 불평이 없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천천히 천천히 온갖 간이역에 다 정차하던 기차가 드디어 쿤밍에 도착한다. 버스를 타고 네 정거장 거리에 있는 카우치서핑 호스트 집을 찾아간다. 많은 친구가 거실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 무슨 화랑 같이 꾸며놓은 집이다. 우리를 초대한 ‘야야’라는 친구가 관리하는 화랑 및 무슨 커뮤니티 공간이란다. 이곳에 있는 친구들도 모두 하루, 이틀 전에 이곳에 온 여행자들이다. 카우치서핑 비스무레한 중국 내 커뮤니티란다. 다들 대학 초년생이라 어설프게 영어를 건네고 수줍어하는 모습이 귀엽다. 이곳에서 사는 야야도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데 정확히 이곳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이곳이 어떤 곳이든 나완 상관없다. 난 그저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하룻밤 묶어가면 그만이다.

친구들과 다 같이 준비한 훠궈를 먹는다. 다들 어제, 오늘 만난 친구 같지 않게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맛있게 훠궈를 먹고, 걔중 영어를 좀 하던 친구의 제안으로 밖으로 나가 길거리 꼬치 집에서 맥주를 한 잔 마신다. 

후난성에서 이 먼 곳까지 히치하이킹으로 왔고, 방학이 끝날 때까지 여행할 예정이란다.

“형은 어느 나라 가봤어요?”
“여기저기 스물, 서른 나라 정도 간 것 같아.”
“와~ 전 아직 다른 나라에 가본 적이 없어요. 부러워요.”
“나도 니들 나이 땐 아무 데도 못 가봤었어. 지금부터 여행 좋아하면 나보다 더 훨씬 많은 나라에 갈 수 있을 거야.”
“우리나라는 일하고 돈 버는 것밖에 몰라요. 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지.”
“그건 한국도 똑같아. 나도 돈 없는데 이렇게 꾸역꾸역 여행 다니고 있잖아. 네가 원하는 걸 잘 선택하면 돼.”

돈이 없어서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는 아이들의 얘길 듣고 있자니, 이 나라도 경제 발전과 더불어 삶의 질을 생각하는 단계에 이르렀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고, 삶의 방식과 빈부의 차이가 너무 커서 과연 이 친구들이 평균적인 중국인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그와 상관없이 20대 초반, 막 대학에 들어가 사회를 자기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아이들과 즐거운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쿤밍에선 특별한 일정이 없다. 다음 목적지인 웬양에 바로 가는 교통편이 없어 잠시 들른 것뿐이다. 

내일 일찍 이곳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