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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진섭이의 차를 타고 기차역으로 간다. H1N1 때문에 사인샨드에 들리지 못하고 국경으로 바로 가는 기차티켓을 끊어서, 몽골 여행은 끝으로 생각하고 에필로그까지 올렸는데, 어제 기차역에 가 보니 열차 운행이 다시 시작됐다. 고민 끝에 티켓을 환불하고 사인샨드 행 티켓을 다시 끊었다. 티켓을 환불하느라 수수료다 뭐다 해서 필요 없는 경비가 많이 나갔지만 사인샨드로 가서 제기를 만나고 갈 수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들 우연치 않게 만난 먼 나라의 친구들이지만 일회성 만남으로 끝나는 건 바라지 않는다.

아침 일찍부터 우리를 태워 기차역까지 마중나온 진섭이, 대기와 악수를 하고 기차에 오른다. C 44-1앞으로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울란바토르에서 지낸 일은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리라 생각된다.

기차가 출발한다. 창 밖에 눈 덮인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처음이라면 굉장히 멋진 광경이겠지만, 저 밖의 추위를 경험했기 때문에 마냥 멋져 보이진 않는다. 또한 이미지라는 것은 쉽게 질리기 마련이다.C 44-2

11시간이 지나고 저녁 8:30. 기차가 사인샨드에 도착한다. 제기가 마중 나와 다. 반갑게 포옹을 한다. 진섭이는 좀 진지한 구석이 있는 반면 제기는 농담을 좋아하고 외형적인 성격이라 단지 하루를 같이 지냈을 뿐인데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집에 오니 우리를 위해 닭도리탕을 요리한다. 몽골 사람들은 닭을 거의 먹지 않아 시장에서도 닭 구경을 못했었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그 마음이 고맙다. 좀 어설픈 맛이었지만 지금 우리의 입맛은 이 정도로도 밥 두 공기 후딱 해치울 만큼 한국의 맛을 그리워하고 있다. C 44-3

밥을 먹은 후엔 또 맥주 파티. 순식간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웃고 떠든다. 우리가 만든 영상을 보고 즐거워하고, 뮤직 비디오를 보고 노래를 청한다. 부끄럽지만 우쿨렐레를 꺼내 들고 ‘제기와 진섭이'를 부른다. 그렇데 또 즐거운 밤이 지나간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인들에게 이런 환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아무래도 난 전생에 무지 착한 사람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