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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어제는 집을 비운 진섭이의 부모님 댁에서 잠을 잤다. 일어나선 진섭이 동생네 집에 가서 밥을 먹는다. 우리의 몽골 여행은 진섭 일가 여행이 된 듯하다.

사무실에 들러 잠시 쉰 후 기차표를 예약하러 간다. 이미 사인샨드로 가긴 글렀고 에렌으로 가는 기차표를 알아보지만, 이미 다른 열차들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 몽골내 기차는 모두 운행 정지 상태이고, 중국과 러시아까지 통하는 기차만 운행을 한다고 한다. 문제는 가격인데, 몽골 내 기차로 제일 싼 좌석이 울란바토르에서 에렌까지 12,000투그릭 내외인데, 지금 남아 있는 기차는 좌석 등급이 없는 4인실 룸 형식의 자리밖에 없는 열차다. 가격은 50,640투그릭. 둘이 합하고 자전거까지 싣는 화물비를 포함하면 적어도 우리의 일주일 치 경비에 해당된다. 젠장! 그것도 오늘은 팔지 않고 내일 판다고 해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할 일도 없고 해서 진섭이와 다시 게르가 있던 가츄르크로 향한다. (메인 블로그에 우리가 ‘도고이'에 있다고 써 놨는데 알고 보니 이런 저런 말을 섞다 ‘온덱도고이(자전거)’라는 말과 헷갈렸다. 게르가 있던 동네의 이름은 ‘가츄르크'다.)

날도 어두워지고 가츄르크에 가서 잘 때면 진섭이는 항상 맥주를 산다. 그것도 20~30병씩 산다. 오늘도 역시 맥주를 잔뜩 사서 게르로 향한다. 게르로 가는 도중 진섭이는 우리가 처음 이곳에 올 때 잠시 멈춰서 맥주를 마셨던 강가 옆에 차를 데고 나가서 처음처럼 맥주를 마시자고 한다. 싫다고 떼쓰기도 뭐해서 그러자고 한다. 영하 20도의 강가 옆에서 나는 태어나서 가장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오늘도 하늘엔 별이 가득하다. 엄청나게 추웠지만 이제 떠난다고 생각하니 왠지 뭉클한 마음이 든다. 진섭이의 낭만에 넘어가길 잘했다. 후딱 한 병씩들 해치우고, 게르로 가서 늦은 시간까지 맥주를 마시며 몽골식 카드놀이를 한다. C 42-2그렇게 게르에서의 진짜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C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