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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제기는 우리를 태워줄 차를 알아보러 회사로 간다. 잠시 후 안 좋은 소식. 국경 근처에 몽골 군인의 탈영 때문에 총격전이 벌어져 네 명이 죽었다고 한다. 고로 국경 방향 경비가 삼엄하고 위험해서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제기의 의견. 나는 솔직히 그렇게 큰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제기도 회사의 일개 직원 중 하나라 때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낮에 트럭을 타고 가면서 우리가 달렸던 고비 사막의 길을 편안하게 바라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이러니 취소. 국경으로 가려 할 때마다 일이 틀어진다. 하는 수 없이 기차표를 끊는다. 새벽 2시 기차.

돌아와서는 TV를 보며 시간을 때운다. 제기가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며 재료를 사와 해주지만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변명을 하자면 재료가 많이 부족했다. 밥을 먹은 후엔 어리거에게 한글을 가르쳐 준다. C 47-1장난끼 많고 이것저것 묻기 좋아해서 심심하던 차에 가르쳤는데 의외로 열의가 강하다. 진작부터 알려 줄걸 그랬다. C 47-2

그러고 있으니 시간이 후딱 지나서 기차를 타러 나간다. 역시 제기와 어르거가 마중을 나와 준다. 이제 정말 몽골을 떠난다. 여러 가지 일이 꼬이기도 하고 날씨도 안 좋았지만 여행 중 다시 이런 만남이 있을까 싶게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이었다. 일반적으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육로 여행은 중국 해안을 따라 동남아로 가거나, 몽골을 들려 중앙아시아를 통해 가는 방법이 대세다. 난 남국의 해변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왠지 몽골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몽골을 들려 동남아로 내려가는 비정상적인 루트를 만들었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생김새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다. 주거환경, 식생활등을 고려했을 때 이들과 우리는 생김새를 제외한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의 동질감을 얘기하는 것 보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듯 하다. 우연치 않게도 몽골의 국기에 있는 문양 안에도 태극 마크가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사이 안 좋은 이웃국가를 옆에 두고 있는 한.중.일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몽골과의 이런 관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우리나라를 실리적이 아닌 심적 우방으로 생각하는 나라가 몇이나 되겠는가?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몽골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을 거라 생각한다. 한낱 여행에 외교문제까지 거론하는 건 우스운 일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좋은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여행이었다. C 47-3

기차 안까지 들어와 좌석을 확인해준 제기, 오르거와 포옹을 하며 연락 유지를 약속한다. 나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