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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날이 밝았다. 하지만 도착하려면 아직 먼듯하다. 차가 뭐 이리 막히나 생각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버스가 중간중간에 멈춰 짐을 빼고 있다. 그러니까 버스 짐칸에 손님들의 짐이 아닌 다른 짐을 가득 싣고 화물 배달을 하며 운전사가 뒷돈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목적지로 바로 가지 않고 이리저리 들려 짐을 배달하고 있으니 늦어질 수 밖에. 결국 청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8시간 거리를 14시간 연착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다. 근데 이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우리라고 별 수 있나. 이곳의 룰인걸.

청두에 내려 버스를 알아보니 리장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 계획은 청두 남부 판즈화라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윈난을 쭉 돌아볼 생각이었다. 리장행이 있으니 바로 가서 돌기 시작하면 비자 연장 안하고 베트남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날씨가 추워서 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비자 기간 때문이라도 자전거만으로 중국을 관통할 수 없었다. 비자기간 한 달에 한달 연장은 쉽고, 거기에 또 한달 더는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모양이다. 연장 비용도 지역마다 다르리라 생각하는데 시안에서 란란 아줌마가 알아준 바로는 한달 연장에 개인당 100달러라고 했다. 그러니 연장 없이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게 좋다. 그렇게 좋다는 윈난에 가보고 소문대로라면 한달 연장하면 되고 아니면 바로 넘어가면 된다. 아마도 후자가 될 거다. 흔히 좋다는 곳은 그 경치가 말하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충분히 그 경치를 즐긴 후 이기때문이다.

어쨌든 버스가 리장까지 연결되니 다행인데 청두에 숙소 값이 너무 비싸다. 론리 플레닛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곳에 갔는데 도미토리가 인당 40위안 그마저도 방이 없다. 더 저렴한 곳을 찾다가 배가 고파 이곳에서 유명한 훠궈식당을 찾는다. 쓰촨지역은 중국에서도 요리가 유명한 곳이고, 그것도 매운 요리가 유명하니 기대가 된다.  C 9-1훠궈는 샤브샤브같은 요리인데 고추기름 가득한 육수에 진열된 꼬치를 골라 삶아 먹는다. C 9-2맵기는 한데 한국사람이라면 쉽게 먹을만하다. 우리는 그것도 부족해 고추가루를 더 넣어 먹는다. 매운맛은 우리의 것과 조금 다르다. 우리는 고추와 마늘이 어우러져 혀를 누르는 매운맛인 반면 이곳의 매운맛은 목구멍이 화한 매운맛이다. 매운맛 목캔디가 있으면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맛은 있는데 맛깔스런 맛있음이 아니라 좀 허전하다. 오랜만에 비용을 들여 배부르게 먹었지만 그 정도 비용이면 어디서도 배부르고 맛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C 9-3밥을 먹고 나와 계속 빈관을 찾지만 여전히 저렴한 곳은 없다. 일반 뤼관(여관)은 저렴한데 외국인이 묶을 수 없다. 지랄같은 규정이다. 하는 수 없이 120위안의 숙소를 잡는다.

뒷바퀴 바람이 또 다 빠졌다. 리장이나 다리 근처에서 좀 머물면서 튜브공수를 부탁하려 했지만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다니기가 너무 귀찮아서 결국 림의 공기 주입구 구멍을 드릴로 넓힌다. 유럽을 가기 전까지는 프레스타 방식의 튜브를 구하기 힘들다. 어차피 맞아야 할 일 미리 해버리는 게 속 편하다. 새 튜브에 공기가 빵빵하게 들어가니 속이 다 개운하다.

내일 리장으로 가는 버스가 있으면 바로 갈 생각이다. 숙소가 비싼 동네는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