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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날이 환하게 밝았다. 버스는 구불구불 산길을 천천히 달리고 있다. 어제 그 친구들은 내렸나 보다. 효일이에게 물어보니 새벽에 잠깐 흔들어 깨웠다는데 너무 졸려서 모른 척 했단다. 인연이 아니었던 게지.

20시간이 넘게 같은 자세로 누워있으니 몸이 찌뿌둥하다. 배도 고프다. 26시간 만에 리장에 도착. 론리 플레닛 중국편은 엉망이라 한참을 헤맨 끝에 구시가지를 찾는다. 리장의 첫인상은 중국의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고,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그냥 인사동의 확장판 정도다. C 11-1 C 11-2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볼까 하고 한국인 식당을 찾지만 주인이 없다. 비싼 한국음식을 먹고 주변을 돌아보니 저렴한 숙소가 많다. 40위안에 방을 잡는다. 밀린 빨래를 하니 팔에 힘이 쭉 빠진다.

저녁시간. 어두워진 리장의 밤거리를 거닌다. C 11-3 난 첫인상에 대한 편견이 강한 편이라 그 느낌을 잘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리장의 구시가지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멋들어진 곳이 많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인사동과 비교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적어도 열 배는 좋다. 도시구획도 잘 나눠나서 한쪽은 기념품 상점들, 한쪽은 유흥가, 카페, 음식점, 숙소들이 잘 정돈돼있다. C 11-4 C 11-5 다른 나라면 모르겠지만 이곳이 중국이라 쓰레기 하나 보기 힘든 이곳의 거리가 이곳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구시가지 곳곳에 흐르는 깨끗한 수로가 운치를 더한다. C 11-7 분위기 좋은 카페나 음식점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를 모두 합해도 이곳에 못 미칠 거란 생각이 든다. 뭐든 숫자 싸움은 중국을 이길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이곳은 첫 인상과 달리 굉장히 멋진 곳이다! 만약 연인과 함께라면 여유를 즐기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떠난 지 처음으로 추천하고픈 곳이다.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C 11-6

연인은 아니지만 효일이와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구석진 곳 카페에서 맥주를 마신다. 역시 분위기가 좋다. C 11-8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얼마 전 있던 서로의 불만에 대해 다시 논한다. 그때가 문제제기의 단계였다면 이젠 문제 해결의 단계다. 그때 술에 취해 작은 부분까지 표출했던 게 어쩌면 다행이었지 싶다. 여전한 불만은 솔직히 말하고 사과할 건 사과한다. 삼 개월 만에 끝낼 인연이었으면 장기간 여행 동반자로 부족했을 터, 그게 아님을 확인해 주는 좋은 시간이었다. C 11-9 어느 정도는 리장의 좋은 분위기가 우리에게 더 좋은 시간을 갖게 해주었을 것이다. 나 감흥을 잘 느끼지 않는 편인데 리장이란 곳이 좋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