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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오늘은 효일이가 여행기를 쓰느라 노트북을 잡고 있어서 나 혼자 리장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벗어나 구석진 곳, 장사꾼이 아닌 주민들을 보니 이곳의 또 다른 면이 엿보인다. 카메라와 캠코더를 같이 들고 나왔지만 이런 정체된 시간의 느낌이 있는 곳은 아무래도 스틸 샷이 좋다. 효일이에게 스틸을 맡기고 난 캠코더만 들고 다녔기에 오랜만에 스틸을 찍는 기분을 즐긴다.C 13-1 C 13-2C 13-4C 13-5C 13-6 C 13-7C 13-3 C 13-8동영상을 찍는 것과 사진을 찍는 것은 크게 달라서 내가 지금 캠코더를 들고 있느냐, 카메라를 들고 있느냐에 따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스틸은 인상적인 하나를 잡아내면 그 자체로 완성되지만 그 하나를 놓치기 쉬운 반면, 동영상은 한순간을 놓치더라도 전체적인 흐름만 잡아내도 괜찮지만 그 하나로는 힘이 없어 편집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각이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서로 찍기도 좋아하고 찍히기도 좋아해서 자신의 사진이 별로 없다는 효일이의 투정 아닌 투정이 이해는 가지만 내 능력이 부족해 두 시선을 함께 가질 수 없으니 이해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스틸만큼은 내 주변에서 내가 손을 놓고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이기에 내가 동영상에만 전념할 수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참 여행기를 쓰던 효일이의 의견. 여행기를 바로바로 올리지 말고 꾸준히 올리자는 얘기를 한다. 나는 하루에 한편씩이고 효일이는 일주일에 한편 정도로 정리하는 타입이고, 동영상 또한 그런 식이니 서로 완성하는 데로 올리면 시간의 순서가 뒤죽박죽이 돼서 나도 생각하고 있던 바다. 현재 동영상은 몽골에 있고, 효일이의 여행은 시안, 나의 여행은 리장에 있다. 앞으로 이 텀을 맞추기로 결정한다.

저녁엔 느린 다운로드로 받아놓은 무한도전을 맥주 한 잔에 야크 육포를 씹으며 감상한다. 한두 개만 보려 했는데 식객 편이 길게 진행돼서 모두 보려 한다. 프로를 보면서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요리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욱 절실해 지고 있다. 요리는 자신도 즐겁고 타인도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기술이다. 맛을 즐기기 시작하면 맛있는 음식 하나가 혓바닥만 즐겁게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훌륭한 손맛을 지닌 엄마를 두었기 때문에 나 또한 가능성이 있다고 자평해본다.

또 하나는 ‘무한도전'이라는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느낌인데, 이 프로그램은 이미 예능의 범위를 넘어선 거 같다. 수많은 스텝의 노력이 어우러졌을 테지만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마스크를 지닌 이 김태호라는 PD는 그전에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예능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멋진 놈인 것 같다. 무한도전을 보며 여행 스케치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의 영상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예전이었다면 모든 전반전인 여건을 비교하며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넘겼을 테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똑같은 하나의 영상물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무한도전을 경쟁상대로 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일 테지만 우리의 영상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현재는 이것이 나의 일이니 여행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좀 더 발전적인 형식을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