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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우리는 어떤 지역에 머무르거나 하게 되면 가장 저렴해 보이는 식당을 찾아, 있는 동안 내내 그곳만 찾는다. 저렴한 식당이라는 게 음식의 종류나 맛이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식당만 가면 주인과 낯이 익어 어설픈 장난도 치고 반가운 미소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음식이 더 푸짐해지거나 깎아주거나 하진 않는다. 그럴 만도 한데 말이지…

낮에는 어제부터 봐 두었던 쇼핑을 개시한다. C 14-1여행 경비를 후원해준 친구들과 가족에 대한 일종의 감사 표시는 해야겠기에 어려운 살림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돈이 아까워 우리 스스로 갖기를 포기한 것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쇼핑을 하면서 기분을 내는 것일 수 있다. 사고 싶은 것은 많으나 포인트는 저렴하고, 가볍고, 작고, 이곳의 특색이 있는,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다. 첫 번째 항목이 제일 중요한 건 당연한 사실. 수많은 상점을 돌고 도는 발품을 시작한다. 리장의 골목은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방향 감각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 나도 길이 헷갈린다. 목적 없이 헤매며 골목을 둘러볼 땐 그것도 재미있었는데, 저렴했던 상점을 다시 찾느라 헤맬 때는 골치 아프다. 어찌어찌 해서 선물을 사니 기분이 좋다. 그 와중에 우리도 팔찌 하나씩을 산다. 깜짝 선물이기는 하나 주소를 물어보는 통에 다 들통났을 거다. 큰 기대만은 하지 말기를…C 14-2

선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우체국에 간다. 배송비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다. 결과는 참담하다. 엄청난 배송비에 오랫동안 망설인다. 묶을 수 있는 건 묶어서 다시 시도해도 크게 줄진 않는다. 그렇다고 갖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선물 가격에 두 배가 넘는 배송비를 내고 우체국을 나온다. 선물을 보내면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데 좀 허탈한 심정이다. 받는 사람의 흐뭇한 미소를 생각하며 날려버리는 수밖에…

교통비에 자전거 화물비 그리고 기타 생각에 없던 비용 지출이 너무 컸다. 1월까지 쓰겠지 싶어 뽑은 경비가 12월 초에 벌써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개 들어 하늘 보고 한숨 한번 때려주고… 아무렴 어떠리. 내 언제 얼마나 부유한 적 있었나. 돈 떨어지면 돌아가면 그만. 언제나 빈손이었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가족, 친구들 있지 않나. 돈에 정신을 뺏기면 바보가 된다. 바보보단 거지가 낫다.

리장도 돌아볼 만큼 돌아봤다. 좋은 곳도 계속 정체하면 따분해지는 법. 좋은 인상만 가지고 내일 다리로 떠난다. 2개월 만에 다시 주행이 시작된다. 삼 개월 차 자전거 여행자가 2개월만의 주행이라니 이거 좀 민망하군… 따뜻한 곳으로 내려가는 만큼 이제부터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