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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배부르게 밥을 먹고 달리기 시작한다. 어제 그렇게 빌었건만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네 시간. 끊임없이 오르막이 이어진다.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고도 1,950m 정도에서 시작한 주행이 2,600m 정도 까지 올라왔다. 한라산 정상에서 백두산 정상 정도로 오른 셈이다. 예전에 일본의 다테야마라는 산에 촬영을 간 적이 있었다. 2,500m 정도 높이에서 텐트를 치고, 3000m 정도의 정상을 매일 오르락내리락 했었다. 군데 전역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어서 내 생애 최고의 체력을 갖고 있었는데도 그곳이 완전 눈밭이어서 그랬는지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찼었다. 지금은 내 생애 최악의 체력인데도 나무가 울창해서인지 가만히 있을 때면 산소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C 16-1어쨌든 이런 오르막이 계속되면 체력적으로 힘든 건 둘째치고 숨이 가퍼 자연스레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 그럼 목도 아프고 입도 바짝바짝 마르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길이 꼬불꼬불해 길어야 500m 정도 앞만 보이기 때문에 ‘저기까지만 오르면 내리막이겠지’, ‘저 오르막이 마지막일 거야'라고 희망을 품으며 페달을 밟는다. 하지만, 네 시간이 넘게 계속되는 오르막에 “이제 그만!”이라고 외쳐버린다. 정말 너무하다. 이제 정말 막바지라고 생각할 때쯤 자전거 뒷 거치대에 문제가 생긴다. 효일이의 짐과 내 짐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 내 뒷바퀴 쪽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 보면 국내 여행 때의 추돌사고 이후 그쪽 내구성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효일이는 앞바퀴 쪽에 문제가 생기곤 하니 틀림없을 거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어느덧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시작된다. 네 시간이 넘게 올라온 거리의 반을 20분 만에 주파한다. 너무 지친 상태라 내리막도 즐겁지 않다.

배가 고파 식당을 찾는데 저렴한 덴 보이지 않고 무슨 생선가게만 즐비하다. 고생했으니 돈 좀 써 볼까 하고 들어간다. 이곳 근처에 ‘얼하이후'라는 250㎢의 거대한 호수가 있는데 아마 그곳에서 잡은 듯한 메기 종류 같은 물고기를 판다. 이곳의 명물인 듯하다. 메기도 분홍색, 검은색, 흰색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제일 싼 48위안짜리를 지목하고 기다린다.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 음식을 하는데 굉장히 푸짐하다. C 16-2서울 외곽 무슨 무슨 가든 같은 데서 4~5인용으로 나올법한 요리다. C 16-3우리의 위장도 늘 만큼 늘어나 한 사람이 두 사람 먹을 정도는 충분히 먹어버리는 상태인데도 도저히 다 못 먹겠다. 다 먹기도 괴롭고 남기기도 괴롭다. 난 정도를 넘어서는 과식을 하면 굉장히 불쾌해지기 때문에 아쉽지만 수저를 놓는다.

문제는 그다음. 계산을 하려고 하니 260위안을 달라고 한다. 이거 또 당했군. 중국에선 개수 단위가 아니라 무게 단위로 가격을 책정할 때가 잦다. 과일도 얼마냐 물으면 하는 대답이 개수가 아니라 1kg에 대한 가격을 말한다. 그래서 달라고 하면 포장부터 하고 무게를 재니 비쌀 땐 사기도 뭐하고 안 사기도 뭐하다. 오늘의 요리도 그런 계산법이 적용된 것이었다. 그 정도 값어치가 될만한 요리이기는 하나 진작 알았으면 먹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연애할 때 빼면 그런 가격에 밥 먹은 적 없다. 저쪽에서도 사기 칠 요량으로 그런 것도 아니고 하니 어디에 하소연할 때도 없다. 다신 이런 실수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도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니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 효일이는 지갑을 꺼내 들고 한동안 고개를 들지 않는다. 사람이 돈 5만 원에 이렇게 침통해질 수 있는 거다. 효일이가 떼를 써 10위안 깎는다.

다리까지 40~45km 정도 남은 지점. 날도 어두워졌고 텐트를 치려 했으나 비싼 밥을 먹고 그냥 잘 순 없다. 다리까지 야간 주행을 하기로 결정. 달린다. 한 시간을 달리고 휴게소 같은 곳에 들려 아이스 바 하나 먹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큼지막한 핀이 떡 하니 박혀있다. 야간 주행은 주변 살피기가 어려워 이런 문제가 생기곤 한다. 다행히 근처에 저렴한 숙소가 있어 그냥 묶기로 한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마냥 달리기만 하니 하루가 단조로워 글 쓸 게 별로 없는데 오늘은 정말 일이 많은 하루였다. 그중에서 제일은 역시 250위안에 빌어먹을 메기탕! 30위안에 방을 잡았으니… 얼하이후 호수의 메기를 모두 잡아 없애버리고 싶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