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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비가 조금 왔다. 침낭 끝이 약간 젖어 축축해 일어난다. 며칠 내내 흐려서 그런지 날이 쌀쌀하다. 어제 갔던 저렴한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는다. C 12-1베트남에서부터 쌀국수는 우리의 주식이다. 베트남에서 현지인 집에서 지낼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사실 베트남 가정에서는 쌀국수를 잘 먹지 않는다. 식당에서만 즐겨 찾는 메뉴인 것 같다. 하긴 항상 육수를 마련해 둘 수는 없을 것이다.

베트남 말로 ‘Pho’가 국수 뜻하고, ‘Com(‘껌’, 지방에서 ‘끔’)’이 쌀을 뜻한다. Com Pho라고 써있는 식당이 많아 밥도 팔고 국수도 파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쌀국수라는 뜻이었다. 물론 밥도 판다. Ga는 닭고기, Bo는 소고기, Lon은 돼지고기, 그래서 메뉴에는 Pho Ga, Pho Bo, Pho Lon이라 쓰여있다. 론리플레닛에서는 Pho Ga는 닭고기 육수, Pho Bo가 소고기 육수라는 식으로 쓰여 있는데, 사실은 동일한 육수에 고명이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라는 뜻이다. 육수는 그 고명들을 삶은 것이라서 한가지 고기의 육수라 말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베트남 쌀국수 집에 가면 숙주를 잔뜩 주고 이상한 소스가 많아 약간 색다른 맛이 나는데, 이곳 쌀국수는 우리 입맛에 익숙한 육수다. 적어도 일반 현지인이 먹는 식당에서는 그렇다. 우리나라 식당들이 괜히 특이한 맛을 가미한 게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 파는 쌀국수는 베트남의 맛도, 우리나라의 맛도 아닌 국적 불명의 맛대가리 없는 쌀국수라 할 수 있다. 라오스에서는 소쿠리에 이런 저런 고기들이 있어 고명을 지적하면 그걸 썰어준다. C 12-2거기에는 닭고기, 돼지고기도 있고, 곱창, 허파, 간 같은 내장도 많다. 이곳에서 찾은 식당은 앞에 고기 소쿠리가 없고 육수에서 건져낸 큼지막한 뼈에서 힘들게 고기를 발라 넣어 주길래 반 값밖에 안 되는 저렴한 식당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이거 왠걸 도가니가 잔뜩이다. 횡재했다.

도가니 쌀국수를 먹고 레스토랑에 간다. 카페가 없으니 여기서 오늘 하루를 보내야 한다. 커피를 한잔씩 시키고 효일이는 작업에 들어간다. 난 라오스 편 에필로그를 쓴다. 그리곤 할 일이 없이 빈둥빈둥. 오늘 날씨가 꽤 쌀쌀하다. 구름이 잔뜩 낀 게 아무래도 오늘 밤에도 비가 올 것 같다. 추운 건 너무 싫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가는 구나. 내일 라오스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