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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자는 동안에도 너무 더워 땀이 계속 났다. 끈적끈적 거리는 몸을 뒤척이면서 잠을 설쳐서 늦게 일어난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오늘도 100km 이상을 달려야 한다. 텐트를 접고 출발한다.

햇볕이 작렬한다. 효일이는 어제부터 헤롱헤롱. 속도가 안 나온다. 잠시 쉬며 사탕수수 즙을 먹고 있는데 한 자전거 여행자가 우릴 보고 멈춘다. 독일 친군데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그리고 방콕에서 집으로. 6주를 잡고 출발한 것이라 짐이 단촐하다. 오늘 아침에 프놈펜에서 출발했다고 하니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린다. 같이 움직일까 싶지만 보조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만둔다. 독일 오면 들르라고 메일을 준다. 우리도 명함을 건네고 사진 한 방 찍고 바이 바이.C 20-1여전히 뜨거운 날씨. 플랜 캄보디아와의 약속만 아니었으면 무리할 필요가 없는데, 이러다 탈이라도 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약속을 했고, 약속은 지켜야 한다. 하루 종일 느리게 달려서 얼마 달리지 못했는데 벌써 노을이 진다. 캄보디아의 노을은 언제나 멋지다. 100km를 채우기 위해 깜깜한 도로를 달린다. C 20-299km. 앞엔 불빛이 하나도 없다. 여기서 멈추기로 하고 가게에 들어가 배를 채울 음식을 찾는다. 뭐가 딱히 없어 배고프다는 시늉을 하니 라면을 끓여주겠다고 한다. 부르스타를 꺼내 물을 끓이는데 물을 왜 그렇게 많이 끓이는지… 알고 보니 물을 끓여 그릇에 면을 넣고 물을 부어 사발면처럼 익혀 먹는다. 중국에서도 라면을 그런 식으로 먹는다. 우리나라처럼 직접 끓이면 이런 저런 부가재료를 첨가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여기선 그런 것에 관심이 없나 보다. 라면은 그냥 라면일 뿐.

라면을 먹고 불이 켜진 옆집에 텐트치기 허락을 받는다. 캄보디아에선 텐트를 치려하면 항상 평상을 치워주며 그 위에 치라 한다. 이들이 표할 수 있는 친절의 하나라 생각한다. 시끌벅적 동네 사람들이 구경을 하다 이내 지루한지 TV를 보러 간다. 이 집이 좀 있는 집인지 60~70년대 우리나라처럼 30여명이 한 집에 모여 TV를 보고 있다. 나름 애뜻한 풍경이다. 언능 씻고 자야겠다. 내일은 115km를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