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텐트에서 자는 잠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여러 차례 잠에서 깨고, 그 놈을 잡고서야 편하게 눕는다. 하지만 더위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에어매트가 등에 쫙 달라 붙어 어디가 등판인지 모르겠다. 결국 시키지도 않았는데 눈꺼풀이 지 멋대로 일찍 떠진다.  C 4-1하는 수 없이 숙소를 구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메일을 확인하는데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와 있다. 처음으로 현지인에게 온 연락이다. 시간에 쫓긴다면 그냥 숙소를 구하겠지만,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히 투자해도 남을 만큼 여유가 있다.

다시 10km를 달려 시내 중심에서 벗어난 주택가로 들어선다. 좁은 주택가 골목을 찾아 헤맨 끝에 우리의 호스트 ‘폼’을 만난다.C 4-2 영어가 미숙한데다 수줍음이 많아 어색한 침묵이 흐르지만 안 좋은 느낌은 아니다. 집에 들어서니 그의 홈 메이트가 밥을 준비하고 있다. 집은 생각보다 좁아서 작은 방과 거실이 있을 뿐이지만 불편할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에어컨이 있으니 더위 염려 없어 좋다. 폼이 너무 말이 없어 이런 저런 애기를 꺼내보지만 한 두 마디 대화로 끝이다. 뒤늦게 카우치 서핑에 소개된 그의 프로필을 보니 그는 게이였다. 아마 같이 있는 친구도 그럴 것이다. 다시 한 번 집을 둘러보니 동성애 관련 영화 DVD가 많고, 남자 둘이 사는 집 치고는 정리 정돈이 상당히 잘 돼있다. C 4-4 이렇게 또 새로운 경험이 시작된다. 동성애자에 대해선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했지 사실 그들에 대해 아는 건 없다. 아무렴 어떠니 폼은 그냥 우리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좋은 친구일 뿐이다. 우리에게 스파게티도 만들어주고, 작업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니 일주일 동안 쉬다 가라 한다. C 4-3더구나 이 둘은 직장에 다니니 평일에 이 집은 온전히 우리 차지다. 맨션 구석에는 작은 풀도 있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처음엔 카우치 서핑을 공짜 숙소를 얻는 수단으로 많이 생각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로서의 가치가 더 큰 것 같은 느낌이다. 모든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최고로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