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몇 마리가 주변에 얼쩡거리는 바람에 늦게까지 잠을 설치다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 쌀국수 하나 먹고 똑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여전히 덥다. 그래서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뜨거운 날씨는 사유의 적이다.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자연스레 여행에 대한 회의가 찾아온다. 이 여행은 왜 하고 있는 것이고,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 것일까? 그렇다. 드디어 여행의 매너리즘이 찾아 온 것이다. 처음 방콕으로 올 땐 내심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여행자들의 에너지가 넘치는 카오산과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 우리처럼 한국인 여행자를 못 만나는 여행자는 가끔 그들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카오산의 에너지는 그 실체가 의심스러워지고,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은 뻔한 얘기만 늘어놓을 뿐이다. 난 여행이 아닌 삶을 얘기하고 싶은데, 여행자들은 언제나 제 여행 얘기하기 바쁘다. 매너리즘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여유가 생길 것 같아 비싼 음식을 먹어도 전혀 즐겁지가 않다. 심각한 상태다.
술을 마시며 오랜만에 효일이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효일이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폼의 집에서 심한 몸살을 겪고 난 이후 모든 것이 이상하게 바뀌었다. 음식에 대한 즐거움은 사라졌다. 술 조차도 그렇다.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카오산에서 겪는 매너리즘은 아이러니하면서도 타당하다. 효일이와의 대화를 통해 많은 부분들이 해소됐지만, 다시 달리기 전에는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나는 지금 왜 여행을 하고 있는가? 매너리즘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자전거를 다시 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파트너의 존재는 크다. 혼자였다면, 어쩌면 이 여행을 그만 뒀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왜 이 여행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그만 둔다면 영원히 그 해답을 얻을 수 없다. 여행은 계속 되어야 한다. Travel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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