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어젯밤 잠자리는 최악이었다. 우선 텐트에 침입한 여섯 마리의 모기를 잡느라 마치 한증막에 들어온 사람 마냥 땀을 쏟아내고, 다시 샤워를 하고 와서도 텐트 안이 너무 더워 밤새 잠을 설쳤다. 햇빛이 텐트 안에 들어온 7시에 잠에서 깨지만 잠을 잤는지 못 잤는지 구분이 안 간다. 텐트에서 나와 그늘진 벤치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인다. C 45-1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 아침을 주문한다. 어제 배고프다며 많이 달래 다 먹어 치웠더니 오늘은 말도 안 했는데 아침으로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볶음밥을 한 가득 접시에 담아준다. 그래도 먹다 보면 다 먹는다. C 45-2

날씨가 무지 덥다. 맨날 덥다 덥다하니 그냥 더운갑다 싶겠지만, 방콕에서 푸켓으로 내려올 때 보다 더 덥다. 아무래도 우기가 시작돼서 습한 기운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 가는 것 왜엔 할 일이 없다. 효일이 바퀴가 펑크 난다. C 45-3가볍게 수리하고 해질 무렵. 갑자기 무슨 굉장한 일이라도 일어나려는 듯한 먹구름과 강풍이 불어온다. 아열대의 몬순. 비가 올 것 같아 근처 식당에 들어가 뒤에서 오고 있는 효일이를 기다린다. 역시 곧 폭우가 몰아친다. 몬순의 폭우는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효일이가 어디서 쉬고 오려나 싶더니 잠시 후 비에 쫄딱 젖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무래도 몸의 이상이 있는 듯하다. 상태를 들어보니 어제 악마의 오르막 이후 근육의 무리가 생긴 것 같다.

나도 오래 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난데없이 한 선배가 마라톤을 뛰자 해서 무턱대고 풀 코스를 신청하고, 경기 전 날 삼겹살에 소주 한 병씩 먹고 경기에 임했었다. 군에서 전역한 지 1년이 채 안된 시점이어서 5시간 안에 결승선을 통과하면 된다는 규칙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었다. 행군하는 걸음보다 2배만 빠르면 되니 군장도 없는데 무슨 문제랴 싶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20km 정도 뛰었을 때 몸이 힘들어지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고, 선배의 꼬임에 빠져 쓸데없는 고생을 하고 있구나 라는 결론에 이르자 더 이상 뛰고 싶지 않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2km를 걷다가 다시 뛰려고 하자 다리 근육에 경련이 일고 쥐가 나서 뛸 수가 없었다. 좀 걷다가 다시 뛰려 해도 마찬가지. 이미 근육이 한계를 넘은 상태였기 때문에 거기서 포기를 했었는데, 어째거나 효일이가 지금 그런 상태인 것 같다. 게다가 비까지 맞아 추워하니 오늘은 텐트에서 자지 않고 숙소를 잡기로 한다. 몇 푼 아끼겠다고 괜히 무리했다 탈이라도 나면 이래저래 더 손해다.

몇 개 되지 않은 주변 숙소를 둘러보니 관광지가 아니라서 그런지 모두 태국 식 러브호텔 같은 여관들뿐이다. 차 한 대 들어갈 주차공간 옆에 뒤로 들어갈 수 있는 문, 그리고 모두 더블베드, 트윈베드는 없다. 빼곡히 들어차 있는 차량을 보니 이곳 사람들도 참 성생활에 바쁘구나 싶다. 우리는 알아들을 필요 없는 스포츠 채널을 시청한다. WWE 보며 어렸을때 좋아했던 레스링 스타들을 끄집어내 얘기하며 웃는다. 남들은 지금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둠 깔린 러브호텔에서의 밤은 그렇게 흘러간다. 쓸쓸한 우리의 웃음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