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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짐을 챙기고 동네 하나 밖에 없는 식당으로 간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수끼남’을 다시 주문한다. C 47-1국물 맛이 익숙해서 미뢰의 신경을 집중했더니 다름아닌 실수로 태운 계란탕 맛이다. 맛있게 먹은 음식에 대한 결론 치고는 좀 허무하지만, 해외 여행에서는 무엇이든 익숙한 맛이 곧 맛있는 거다.

다시 두 시간을 달리니 짙은 먹구름이 지나가면서 비를 쏟아 붇는다. 눈에 보이는 집 처마 밑에 들어가 비를 피한다. C 47-25분 정도가 지나자 비는 그친다. 지속적인 장마는 짜증스럽지만 이러게 가끔 한 번씩 내려주는 비는 땅의 열기를 식혀줘서 좋다. 너무 국지성 폭우라 1km만 벗어나면 다시 마른 땅이 나타나지만, 하늘엔 비구름이 아닌 구름도 많아서 우리의 주적인 뜨거운 햇볕을 가려줘 좋다. 그렇게 두 차례에 걸쳐 폭우가 내리고 날이 어두워진다.

멀리 두꺼운 적운에서 번개가 내리치고 있다. 언제나처럼 경찰서에 들려 텐트 칠 허락을 받는다. 밤에 비가 오지 않을까 좀 걱정스러웠는데 빈 강당을 내주며 거기에 텐트를 치라 한다. 강당에는 선풍기 있고 에어컨도 있다. 90바트가 아까워 에어컨이 없는 여관방에서 잔 우리니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는 강당에서의 하룻밤은 호사스런 텐트 잠자리라 할 수 있다. 이 정도 급이니 샤워실의 유무는 물을 것도 없다. 샤워를 하고 와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일기를 쓴다. C 47-3태국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샤워를 한 후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잠자리에 들 수 있는 흔치 않은 상황이다. 정말 별것도 아닌 것에 마음이 흡족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