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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관심 어린 눈빛으로 지켜보는 경찰 아저씨들을 뒤로 하고 선착장을 향해 달린다. 섬 물가는 비싸기 때문에 중간에 은행에 들려 적당히 돈을 환전하고, 담배와 물, 빵을 사고 남은 거리를 달려 선착장에 도착한다.

우리는 ‘꼬 부론’이란 섬에 가려고 이곳에 왔는데 굳이 유명하지도 않은 이 섬을 찾으려는 이유는 이 지역 섬들을 쭉 둘러본 카오산에서 만난 손천호 아저씨가 이곳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는 ‘꼬 리뻬’라는 섬이 유명하다. 근데 거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서 사람들도 불친절하고 가격도 비싸서 별로였다는 말씀. 해변은 좀 덜 좋아도 친절하고 아담한 ‘꼬 부론’이 더 좋다 하셨다.

선착장에 도착해 꼬 부론으로 향하는 배를 물어보자 하나같이 나오는 대답은 꼬 부론은 닫혔으니 내년에 가라는 얘기뿐이다. 몇몇 태국의 섬들은 관리 차원에서 비수기에는 개방을 금지하곤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하필 지금일 줄이야.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꼬 리뻬로 가는 배를 알아보고 있는데, 지금 막 꼬 부론을 지나가는 물자 운송선이 있다는 급보를 전해 듣는다. 여행사를 동원해 그 배를 잡아 탄다.  C 50-2C 50-3C 50-1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목적한 배에 오르긴 했지만 이게 잘한 일인진 모르겠다. 배가 안 다니면 여행객도 없을 것이고, 여행객이 없으면 숙소도 영업을 하지 않을 터, 이거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한 시간 가량 배를 타고 들어가 꼬 부론에 도착한다. C 50-4첫 번째 할 일은 숙소 구하기. 이곳엔 총 10개의 숙소가 있다. 직경 2km의 작은 섬이라 모든 숙소를 둘려보지만 7개는 문을 닫고, 3개의 숙소만 영업을 하고 있다. 그리 유명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섬의 물가는 기본적으로 비싸다. 그래도 섬까지 들어왔는데 엉망인 숙소에서 지낼 순 없고,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진 후 전망 좋은 방갈로를 500바트(약 17500원)에 구한다. 그것도 700바트 달라는 걸 간신히 깎아서…

돈이야 어찌됐건 좋은 방갈로를 구하니 기분이 좋다. C 50-5한가지 문제라면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6시간만 전기가 들어온다는 사실. 편하게 쉬면서 그 동안 밀린 작업을 해야 하는데 전기가 안 들어오니 다 틀렸다. 그저 늘어지다 나갈 수밖에…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들어와 있던 여행객이 몇몇 눈에 띈다. 한 친구와 얘길 나눠보니 남은 대부분의 여행객이 내일 죄다 빠져 나갈 듯 하다. 그럼 이 해변은 우리가 접수한다. 간단히 수영을 하고 밥을 먹는다. 현지인이 별로 없으니 그들을 위한 식당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두 배 값을 받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첫 날이고 하니 맥주 몇 캔 사서 먹으며 노닥거린다. 그리고 효일이가 보지 않았던 우디 알렌의 [Whatever Works]를 다시 본다.

세상엔 볼 것들 것 너무 많아서 웬만하면 반복해서 보지 않는 편인데, 재미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의미도 있어서 다시 본다. 어떤 생각을 했을 때 그것이 한 현자의 생각과 일치하는 느낌을 받으면 정말 짜릿하다. 영화를 보고 잘 시간. 전기가 꺼져 선풍기는 무용지물이다. 침대에 모기장이 없어 모기 걱정은 덜한데 좀 덥다. 아~ 쉬는 곳에서의 잠자리가 이러면 곤란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