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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늘어지게 잠을 자고 느지막이 일어난다.  C 51-1어제 저녁에 빠졌던 물은 어느새 방갈로 앞에서 출렁거리고 있다. 바로 뛰어 들어 수영을 한다. 잠에서 깨자마자 문 앞에 펼쳐져 있는 청록 빛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는 건 훌륭한 경험이다. C 51-3수영을 하고 소금기를 씻어낸 후 밥을 먹으러 간다. 밥을 먹고 있는데 새로운 여행객이 몇몇 들어온다. 닫힌 섬이라 그러더니 올 사람은 다 오는가 보다. 이런 식이라면 그 시기를 골라 이렇게 뒷구멍으로 들어와서 한적한 해변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겠구나 싶다.

밥을 먹고 와서 그 동안 손 놓고 있었던 자전거 정비와 빨래를 한다. 자전거 정비는 주기적으로 해 줘야 하는데 귀찮아서 잘 하지 않는다. 마지막이 베트남 하노이였으니 세 달이 넘게 손을 놓고 있었다. 그 동안 비도 맞고 해서 체인엔 녹이 슬어가고, 기어도 잘 안 바뀌고, 삐그덕 소리도 심해졌다. 협찬사인 제논 스포츠 측에서 싱가포르에 협력업체가 있다며 정비를 받게 해 주겠다 해서 그 때까지 버티려고 했는데, 자전거 탈 때마다 잡음이 거슬려서 쫙 한 번 씻어주고 기름칠도 해주니 속이 시원하다. C 51-2

한적한 해변이 좋긴 한데 너무 사람이 없으니 좀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인도에 떨어져도 잘 살아날 수 있을 거란 공상을 하곤 했는데 심심해서 안되겠다. 외롭고 심심한 건 정말 최악이다.

배가 고파져 다른 식당이 있나 여기 저기 둘러 보지만 하나 있는 식당이 오히려 더 비싸 도로 숙소로 돌아와 밥을 먹는다. 밖에서도 언제나 쌀국수나 볶음밥이긴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먹고 싶은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작은 섬은 이게 안 좋다. 원하는 모든 게 갖춰진 곳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