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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어나 텐트를 접고 있으니 다시 꼬마 녀석들이 몰려와 주변을 얼쩡거린다. C 3-1우리가 신기한가 보다. 대충 맞장구를 쳐주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이장님이 와서 차 한잔 하고 가라 한다. 옆집으로 가니 커피와 빵이 준비돼 있다. C 3-2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떠듬떠듬 기초적인 대화를 나누고 사진 하나 찍고 출발한다. C 3-3

역시 예상대로 내내 오르막길이 펼쳐지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다행이다. 그래도 오르막이니 속도가 나지 않는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간다. 빵 몇 조각으로 힘을 낼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정말 놀라 울만치 밥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보통 세 타임을 달리면 배가 고파지는데, 좀 덜 고프다고 한 타임을 더 달리면 갑자기 몸의 기력이 빠지고 페달 굴리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밥을 먹으면 다시 힘이 난다. 처음에는 이게 밥심인지, 밥을 먹는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90%는 밥에 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즉각적인 반응이다.    C 3-4밥을 먹고 다시 달리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길 중에 있는 탑처럼 생긴 곳에 들어가 비를 피한다.C 3-5우기는 12월에서 3월이라고 하던데, 한 시간이 넘게 비가 쏟아진다. 몸이 젖고 고도도 높아져 인도네시아의 서 춥다. 비가 좀 수그러들어 다시 달린다. 구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르막길을 오르니 비와 땀이 범벅이 되어 눈을 적시고, 장갑의 가죽을 미끄럽게 만든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어느 가게 겸 식당을 찾는다. 밥을 먹고 좀 삐대다가 깜깜해지면 식당 구석에 텐트 쳐도 되냐고 허락을 받을 참이었는데, 물어보니 24시간 가게라고 한다. 밥 가격도 열라 올려 받으려고 하는데 잠자리는 무슨 잠자리. 다시 나와 깜깜해진 산길을 걷는데, 종일 비가 와 텐트 칠 곳이 마땅치 않다. 난감한 상태로 30분 정도를 걸으니 다시 비가 내린다.

눈에 보이는 집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처마 밑에 자전거를 댄다. 무슨 가게 같은데 앞에 탁자와 의자가 있어 앉는다. 역시 꼬마 녀석들 구경 났다. 한 친구가 기타를 들고 있길래 한 곡 부탁하니 기타 반주에 맞춰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른다. 우쿨렐레를 꺼내 잠깐 동안 같이 즐긴다. C 3-6비는 그치질 않는다. 좀 있으니 몇 친구들이 더 모이고 간단한 술자리가 만들어져 같이 어울린다. 그냥 동네 한량들 같은데 모두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한다. 그렇게 낭만적인 인도네시아 산동네 친구들의 노래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인다.C 3-7 피곤해서 하품을 몇 번하니 어디서 잘거냐 묻는다. 모르겠다 하니 그냥 여기서 자란다. 이 조그만 가게가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는데 술도 팔고, 이 친구들도 다 들어가 자려한다. 잠자리를 구해 다행이다 싶어 덩달아 들어가 잔다. 땀과 비에 범벅이 된 채로 씻지도 못하고 바닥에 눕는다. 찝찝하지만 잠자리를 얻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근데 너무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