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어나니 모두들 없고 주인 아줌마 혼자 청소를 하고 있다. 추워서 잠을 제대로 잤는지 못 잤는지 모르겠다. 멍하니 쉬다 정신을 차리고 떠나려 하자 주인 아줌마가 어제 먹은 술값 50,000루피아(약 6350원)을 내고 가라 한다. 오호~ 이거 수작을 부리는 군. 어제 기타치고 같이 논 친구 전화번호를 물으며 따지자 안되겠는지 그냥 가라 한다. 다시 떠나려 하는데 이번엔 자전거 장갑이 없다. 인상을 쓰며 어떻게 된 거냐 물으니, 어제 그 친구들이 가져갔다며 술술 분다. 8시에 다시 온다 해서 기다린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 일을 하고 오는 건지 트럭을 타고 그 친구들이 온다. 지레 겁을 먹은 아줌마는 경찰 어쩌고 저쩌고 하며 친구들을 나무란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장갑을 내 논다. 여행 중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밤을 보낸 후에 벌어진 일이라 더 씁쓸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미안한지 밥을 먹고 가라는 걸 마다하고 출발한다.

다시 오르막을 힘겹게 오른다. 1,500m까지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도를 보니 1,236m를 고점으로 내리막길로 바뀐다. 천만다행이다. 산길에서 벗어나니 호숫가 길이 펼쳐진다. 장관이다. C 4-1첫 느낌에 바로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빠라빳에 있는 선착장에서 호수 안에 있는 섬 사모시르로 가는 배를 탄다. C 4-2깨끗한 물과 머리 위에 떠다니는 구름들이 이곳의 운치를 더 한다. C 4-3

사모시르에 도착해 여행자 숙소가 몰려있는 뚝뚝으로 간다. 많은 숙소를 둘러본 후에 40,000루피아(약 5,000원)짜리 숙소를 잡고 짐을 푼다. C 4-4바로 앞 호수로 뛰어들 수 있는 멋진 숙소다. C 4-6가지고 있는 가이드 북에는 토바 호수의 숙소는 가격대비 세계 최고급이란 글이 있는데, 세계 최고인 줄은 모르겠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눈 앞에 펼쳐진 호수의 풍경이 멋지다. 토바 호수는 호수 안에 있는 섬 사모시르의 크기가 싱가포르보다 클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호수다. 해발 900m에 있는 바다같이 넓은 호수와 주변 풍경이 가만히 쉬며 늘어지기 딱 좋을 것 같다.     C 4-5짐을 정리하고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을 좀 한 후에 밥을 먹으러 간다. 여기도 섬이라 물가가 비싸다. 숙소 값만 쌀뿐이다. 둘이 밥 한끼 먹으면 하루치 숙박비가 나온다. 숙박비만 생각해 이곳의 예산을 짠다면 크게 낭패를 볼 것 같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호숫가 의자에 앉아 언제나처럼 도착기념 맥주를 마신다. 어두워지니 이제 서늘하다. 높은 곳이라 낮에는 수영하기 좋을 정도의 더위, 저녁엔 땀 흘리지 않을 정도의 선선한 날씨다. 더위에 지친 우리에겐 너무 반가운 날씨다.

많은 맥주를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는데 한 녀석이 접근한다. 한국 사람이냐며 어설픈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담배를 권해 한 모금 빠니 마리화나다. 근처 클럽에 가서 같이 놀자며, 자기를 통해 사면 질 좋은 마리화나를 싸게 살 수 있다 한다. 그러니까 녀석의 목적은 우리에게 마리화나를 사게 해서 같이 피워보고자 하는데 있는 것 같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 같다. 마리화나는 우리나라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통해 금기를 접해보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자주 접해야 좋은지 나쁜지 판단을 하지, 이렇게 한 두 모금 빠는 걸로는 그냥 독한 담배 같은 느낌일 뿐이다. 호기심이 없진 않지만 그런데 쓸 돈이 없다. 우리가 사양을 하니 풀이 죽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 떠난다. 우린 계속 맥주를 마시며 노닥거린다.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