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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의 아침 예배가 있는 모양이다. 일어나 부시시한 얼굴로 있으니 예배가 끝난 아이들이 몰려든다. 아이들은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빤쓰만 입은 텐트 안 한국인을 구경한다. 옷을 챙겨 입고 나와 짐을 싸고 목사님과 아이들과 사진 한 방 찍고 출발. C 12-1어제 무리한 주행의 피로가 하나도 가시지 않았다. 잠자는 내내 다리에 쥐가 났다. 여행 초반에 있었던 현상을 8개월이 넘어서 다시 맞이할 정도로 몸이 엉망이다. 그 상태에서 낙타 혹 같이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려니 무척이나 진이 빠진다. 그리고 등 짝에 내리쬐는 햇볕. 죽을 맛이다.

먼저 시간을 채우고 효일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오지 않는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참이 지나서야 절뚝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오는 효일이가 보인다. 이곳은 길이 좁아서 큰 차가 휑하니 지나가면 휘청거리기 일수다. 게다가 아스팔트 길과 옆 흙 길 사이의 높이 차이가 있어 기우뚱하다 옆길로 빠지면 자빠질 위험이 있다. 현재 효일이의 자전거는 뒷 브레이크가 안 되고, 앞 휠이 휘어있다. 그런 상태에서 컨디션도 좋지 않아 크게 넘어졌다 한다. 왼쪽 무릎의 통증이 심한 듯해 무리하게 움직이기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한다. C 12-2하지만 이곳은 시골동네. 18km는 가야 우리의 목적지인 두마이(Dumai)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별 수 없이 천천히 움직여 깜깜해진 후에나 도시에 도착한다.

오늘 밤에는 버스가 없을 것 같아 경찰서에 들어가 허락을 받고 텐트를 친다. 온 몸이 뻐근하다. 굉장히 피곤한데 돈도 거의 다 떨어져다. 토바 호수의 비싼 밥값을 예상치 못해 또 이렇게 곤란한 상황이 됐다. 언제나 그렇듯 손에 쥔 게 없으면 몸이 더 힘들다. 힘들 때일수록 잘 먹어줘야 하는데 싼 음식 찾기 급급하니 원. 240여km 남은 두마이로 가는 버스 값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해결돼야 할 텐데…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