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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우리 텐트 구경을 왔던 많은 경찰 중 하나가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겠다 해서 텐트를 접고 그를 따라 나선다. 젊은 친군데 군대로 치면 장교급인지 직위는 꽤 높은 것 같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버스 터미널이라기 보다 간이 막사 같은 정류장이다. C 13-1인도네시아는 버스 정류장이 딱히 없다. 버스다운 버스도 가끔 보이긴 하나 대부분 수 십 년 된 낡은 봉고차가 제 갈길 가다 사람이 손 흔들면 태우고, 내려달라면 내려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도시다 싶은 곳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사람을 태우기 위해 갑자기 옆으로 들어와 우리 앞을 가로막는 위험한 순간이 종종 있다.

어쨌든 우리는 그런 버스들이 모이는 기착지 같은 곳에서 두마이로 가는 버스를 알아본다. 우리가 알아보는 게 아니라 그 경찰이 다 알아봐준다. 저 개발국일수록 공권력이 센데다 장교급 인사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다행히 우리가 가지고 있던 200,000루피아(약 25,000원)로 자전거 화물비니 뭐니가 다 해결된다. 이제 우리 수중에 남은 돈은 8,000루피아. 그걸 알고 있는 경찰이 식당에 데려가 밥을 사준다. 얼마 만에 맛보는 제대로 된 식단의 식사인지. 염치없이 게걸스럽게 밥을 먹어 치운다. C 13-2두마이에 도착하면 연락 달라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그와 헤어진다.

좀 기다리자 역시 낡은 봉고차가 와서 우리 짐을 싣고 우리도 올라탄다. C 13-3수 십 년 된 봉고차니 에어컨은 기대할 수도 없고, 중간에 퍼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산적같이 생긴 드라이버의 무법질주가 시작된다.    C 13-4자리가 좁아 잠을 청하기도 힘들고 더위에 먼지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고역이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항상 저 길을 어떻게 자전거 타고 가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언제나 현재 상황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중간 휴식시간에 남들 다 밥 먹는데 우린 남은 돈으로 과자 부스러길 하나 사 먹는다. C 13-5아~ 배고파.

그렇게 7시간이 지나고 두마이에 도착한다. 웜샤워로 연락해 둔 탱쿠라는 친구의 주소를 들고 찾아간다. 물어 물어 그의 집에 도착한 후 좀 기다리자 탱쿠가 온다. 학생인 것 같은데 우리를 또 어딘가로 데려간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영어 학원 같은 곳인데, 우리의 잠자리는 그곳에 마련돼 있었다. C 13-7영어 학원이라도 이곳 사정이 그러하니 야학 같은 분위기의 작은 교실이다. 어째거나 상황을 파악해보니 탱쿠는 이곳 학생이었는데 이곳을 운영하는 선생님 아저씨가 그를 통해 여행자에게 숙소를 제공하면서 영어 수업에 참여시켜 원생들에게 외국인과 대화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 같다.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가끔 우리 같은 저질 영어를 구사하는 여행자도 있겠지만 서로 못하는 와중에 무슨 상관이랴. 애들과 같이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회인지 호응이 좋다. 수업을 마치니 아저씨가 국수와 밥을 준다. C 13-6밥을 먹고 우리에게 남은 돈 1,400루피아(약 178원)으로 까치담배 두 가치를 사서 피우며 오늘을 마무리 한다.

여기까지 오기가 정말 힘들었다. 초반에 너무 무리를 해서 효일이는 사고를 당하고 난 통풍 발작 증세가 나타나려 하고 있다. 좀 쉬며 재정비를 해야겠다.

 

참고> 통풍이란?

체내에 흡수된 단백질의 찌꺼기인 ‘퓨린’이 쌓여 원활히 배출되지 않으면 체내 요산이 쌓인다. 일반적으로 4(단위는 모르겠음) 내외인 요산 수치가 8 이상을 넘어 지속되면 통풍 진단을 받는데, 요산 수치가 올라가면 90% 이상이 엄지 발가락 주위에 요산 결정이 생긴다. 요산 결정이 바늘처럼 뾰족해 살을 찌르며 염증이 생기는 걸 통풍 발작이라 하는데, 그 통증이 산고에 비견될 정도로 엄청나다. 한방에선 백호풍이라 하여 호랑이에 물린 것에 그 통증을 비유하기도 한다.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쉬면서 식이조절을 하면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러다가 식이조절을 잘 못하면 다시 발작을 일으킨다. 단백질의 찌꺼기가 문제이니, 통풍의 식이 조절이란 무조건 고기를 먹지 않는 것 뿐이다. 육수도 안 된다. 해산물도 안 된다. 내장류는 더욱 더 안되고, 술 특히 맥주는 통풍발작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난 고기와 술을 좋아하는데다 선천적으로 신장이 좋지 않아 빼도 박고 할 수도 없이 걸려들었다. 과거 잘 먹고 지내던 로마 황제들이 이 병에 많이 걸려 황제병이라 말하기도 한다. 세종대왕 역시 통풍이 있었다고 한다. 역사가 오래된 병이지만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 해결치 못하는 불치병으로 분류한다. 알약 하나로 잠시나마 요산수치를 3~4 정도 떨어뜨려주는 ‘알로푸리놀’이란 약을 개발한 사람이 노벨 의학상을 받을 정도였으니 정말 많은 사람이 이 병으로 고생을 하나보다. 아플 때는 그 통증이 너무 심해 다신 고기 입에도 안 덴다 싶다가도, 통증이 사라지면 또 언제 그랬나 싶어 원래 생활로 되돌아 간다. 그래서 난 놀고 먹을 땐 즐기고 아플 땐 참아내자 라는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고기를 입에 데기도 힘들었는데 수분 부족과 과로 또한 요산수치를 순간적으로 급속히 증가시키는 원인이기에 지금 증세의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 고기, 술 배불리 먹고 이러면 억울하지나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