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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어나서 주방에 있는, 어렸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있었던 마일로를 한 잔 타 먹는다.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이 코코아 류의 마일로가 자주 눈에 띤다. 커피에도 타 먹고 그냥도 먹고…

주인 아줌마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모레 탈 배표를 끊으러 간다. 돈이 없으니 우선 환전을 해야 하는데 역시 은행보다 사설환전소가 환율이 좀 더 좋다. 나름 사업 분할인지 사설 환전소는 많은데 환전 업무를 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100달러 지폐가 아니면 환율이 안 좋은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은 50달러 한 장과 말레이시아 돈 200링깃 뿐이어서 배표와 이틀간 간신히 먹고 살 수 있을 돈만 환전한다. 배표를 끊고 다시 집으로.

처마 그늘 밑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다. C 14-1좀 있으니 점심을 먹으라고 한다. 4시에 수업이 있으니 그 전에 먹자는 얘기다.   C 14-2C 14-3그러니까 우리는 이곳 영어학원의 프로그램인 외국인과의 대화 시간에 초빙된 외국인으로 무료로 먹고 자고 하는 것이다. 우리의 영어 실력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지지만 여기 원장님이자 선생님인 ‘무신’ 아저씨로선 공 들이는 프로그램이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어색하지만 아이들과 그런 시간이 한 편으론 재미있기도 하다. C 14-4아이들과 얘기를 해 보면 어디나 어린 세대는 비슷해서 값비싼 휴대폰과 인터넷 게임을 즐긴다. 물론 이곳에선 여유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겠지만, 우리 눈엔 한참 낙후돼 있는 이곳 아이들조차 이러니 세상이 점점 테크놀로지에 의해 획일화 되고 있구나 싶다. 영어 교육에 열심인 것도 어디 가나 다를 바 없는 부모의 모습이고…

수업이 끝나면 담배나 피며 노닥거리다가 수업 시작하면 들어가서 한 시간 정도 얘기하고, 밥 주면 먹고… 쉬기엔 딱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간신히 밥 먹을 돈이라고 남겨둔 돈도 필요 없을 듯 하다. 참 별 경험을 다 한다. C 14-5

저녁을 먹곤 할 일이 없어 영화를 본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 거들떠도 안 봤던 영화 두 편을 연속으로 보는데, 이런 식의 재미에 굶주려 있어서 그런지 보는 영화마다 다 재미있다.

내일도 오늘과 마찬가지인 하루가 될 듯하다. 팔자 좋게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