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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내 기대와는 다르게, 예상대로 통풍 증세는 악화되고 있다. 발이 좀 더 부어 올랐다. 효일이는 발에 난 상처가 곪았다. 둘이 절뚝거리며 밥을 먹으러 간다. 식당까지 1~2km는 걸어야 하는데 둘 다 그러고 있으니 꼴이 말이 아니다. 밥을 먹고 다시 나오기가 귀찮아 빵과 음료를 사서 들어간다. 이럴 땐 그냥 쉬는 게 최선이다.

효일이는 낮잠을 자고 나는 여행기를 쓴다. 귀찮은 일. 좀 있으니 친구 결혼식 때문에 페낭에 갔던 캄밍이 돌아온다. 그리고 저녁에 친구의 집들이 겸 아이 잔치에 같이 가자 한다. 하필 이럴 때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오다니… 거절하기도 그렇고 구경도 하고 싶어서 그러겠다고 한다. 집에서 좀 더 빈둥거리고 있으니 캄밍이 차를 빌려왔다. 이지와 싸이다와 함께 차에 올라타고 캄밍의 친구 집으로 간다. 역시 예상대로 다양한 음식이 준비돼 있다. C 4-1KFC 치킨이 부담스러울 만큼 큰 박스에 한 가득 그리고 맥주. 안 된다. 오늘은 참아야 한다. 결국 치킨 세 조각과 맥주 한 캔으로 욕구를 멈추고 떡으로 배를 채운다. C 4-2몸이 안 좋으니 같이 어울릴 의욕도 안 생기고, 움직임이 느리니 상대방에 피해를 주는 게 맘에 들지 않는다.

언젠가 절친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형 상대방이 고려해야 하는 사람이 되면 안돼.” 통풍 초기 고기와 술은 입에도 데면 안 되는 줄 알았던 때,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그 친구의 말을 거절하자마자 나온 말이었다. 나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친구의 그 말이 가슴 깊이 새겨져 있다. 좋은 병이 있을 리 없겠지만 통풍은 그렇게 내가 원치 않은 삶의 형태를 갖게 만든 빌어먹을 병이다.

집들이가 끝나고 캄밍은 우리를 총리 관저니 그랜드 모스크니 멋진 건물을 볼 수 있는 곳에 데리고 가서 구경시켜준다. C 4-3난 발이 아파 차에 타고 내리는 게 귀찮다. 집을 돌아와 보니 오른발이 더 부어 올랐다. 효일이는 발에 곪은 상처가 심해졌다. 언젠가부터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 않고 고름이 생겨 덧나고 있다. 피곤해서, 잘 못 먹어서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이지와 싸이다가 우리의 상처를 보곤 아프리카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며 더러운 물에 씻다 보면 박테리아 때문에 점점 감염되는 것이니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린 너무 위생상태 고려 없이 아무데서나 막 씻었던 거 같다. 나는 통풍 증세가 있는 발 발목에 크랭크 기어에 패인 상처가 있는데 이것 또한 심상치 않다. 살이 깊이 패어 곪아 있는데 언뜻 보면 살이 썩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단지 통풍의 통증이 더 심해서 신경을 못쓰고 있을 뿐이다. 내일 인도 비자 신청을 하러 갈 생각이었는데 좀 쉬어야겠다. 우리의 상처를 본 캄밍이 병원에 가자 한다. 그래 이런 걸로 고집부릴 필요 없지. 딱 하루만 더 보고 가자. 

난 지금 누군가가 고려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이 맘에 들지 않지만 고려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언능 건강해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