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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비자 신청 접수가 완료돼서 여권을 들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간다. C 14-1버스에서 보니 인도 비자센터 근방에 차이나타운이 있다. 가이드북을 보면 쿠알라룸푸르에는 차이나타운 정도만 볼만하고 그 밖의 구경거리는 별로 없다는 설명이 있다. 그래서 비자센터로 가는 길에 차이나타운을 들린다. C 14-3 차이나타운 하면 뭔가 신비롭고, 복잡하고, 다양한 구경거리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미 중국계 인구가 상당수 있는 나라에서 따로 차이나타운 거리가 있다는 건 짝퉁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 역시 차이나타운 거리는 한마디로 말해 유명 브랜드 짝퉁 시장이었다. 물품도 다양하지 못해서 500m 정도 길 양편에 있는 상점들이 죄다 비슷한 옷이나 가방, 신발을 팔고 있다. 천정에 걸려 있는 홍등이 아니었다면 왜 차이나타운이라 이름 붙였는지도 모를 만큼 의미 없는 곳이다. 진정 이곳이 쿠알라룸푸르에서 꼽히는 구경거리라면 쿠알라룸푸르는 돌아볼 필요가 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의미 없는 차이나타운을 관통해 인도 비자 센터에 가니 사람이 하나도 없다. 지금 시각 3시. 2시에 접수를 마친다고 한다. 이런 젠장. 귀찮게 내일 다시 와야 한다. 허탈한 발걸음으로 다시 차이나타운을 지나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요즘은 우기철이라 하루에 한 번 10~30분 정도 비가 쏟아진다. 잠깐 식당에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시며 비 그치기를 기다린다. 말레이시아에선 거의 모든 식당에서 커피나 밀크티, 차를 판다. 가격은 500원 정도.C 14-2

오늘은 비가 쉬 그치지 않아 적당히 수그러들었을 때쯤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예전엔 5~10분 정도 무지막지한 폭우가 쏟아지다 감쪽같이 그치곤 했다던데 이곳 기후도 많이 변해 이렇게 종일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기후 변화는 전 세계의 문제인 것 같다. 기후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게 제일 큰 문제이긴 하지만, 아열대 지방을 여행하면서 울창한 숲과 많은 동물, 빌어먹게 다양한 곤충을 보고 있노라면 지구 온난화가 인간과 극지방 생물의 삶은 위협할지 모르지만, 훨씬 더 많은 개체의 생물에는 더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제나 모든 건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有無相生!

항상 여름과 같은 이곳도 계절 구분을 한다. 너희 나란 몇 계절이 있느냐는 질문에 뚜렷한(이제는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4계절이 있다 하고선 니넨 여름뿐이지 라고 되물으면 두 계절이 있다면서 우기철과 건기철이 있다고 한다. 그게 무슨 계절 구분법이냐 말하고 싶지만, 영어로 말하면 Dry Season과 Rainy Season이 되니 Season구분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다. 다양한 계절이 있는 게 더 좋게 생각되다가도, 1년 내내 여름이면, 계절마다 쏟아져 나오는 신상품 의류 신경 쓰는 사람에게는 여러 옷 필요 없이 여름옷만 입으면 되니 돈은 덜 들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역시 有無相生!

내일 다시 비자 센터에 가야 한다. 아~ 구찮아.